연 77조원 재래무기 시장 지각변동… 핵·생화학 무기 규제 못해 ‘절반의 성공’
연간 700억 달러(한화 77조 원) 규모의 재래 무기시장, 55만 명 이상의 희생자. 이 인류 최대의 범죄에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4월 3일(현지 시간 2일) 유엔총회에서 국제무기거래조약(Arms Trade Treatty·ATT)이 압도적 찬성(찬성 154, 반대 3, 기권 23개 국)으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법 무기거래를 통한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과 이에 수반되는 인권 탄압을 저지하는데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성과는 세계 시민사회의 10여 년의 끈질긴 노력 끝에 국제구호기구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옥스팜 등이 포함된 비정부기구 연합체가 결성돼 본격적으로 6년간 캠페인을 전개하고 이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엔에서 무기거래 협상 테이블이 열리는 기반을 마련한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라 더욱 감격스럽다.
당면 과제는 조약의 효력 발휘를 위해 최소 50개국의 비준 동의를 얻는 것이다. 조약은 50개 국 비준 이후 90일 후에 발휘될 수 있다. 때문에 조약 체결 후 오히려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맥락에서 이번 ‘사건’을 ‘절반의 성공’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문제다. 특히 최대 무기거래국인 미국은 연이어 일어난 총기 사고 비극으로 조약 채택엔 일단 찬성했으나 끈질긴 총기협회 측의 로비와 반대로 과연 자국의 의회 비준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자국 내 총기 소지 또는 무기 거래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을 걸고 찬성한 상황. 또한 중국 이집트 시리아 등과 함께 ‘탄약’을 규제 대상에 넣는 것을 반대, 끝내 이를 관철시켰다. 주요 무기 거래국인 러시아 중국 등은 기권표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북한 이란 시리아는 조약 채택 자체를 반대한 것은 물론, 유엔총회 당일에도 반대표를 던져 만장일치 채택을 무산시켰다.
다음은, 규제 대상의 한계다. 권총, 소총, 미사일 발사기, 탱크, 전함, 공격용 헬리콥터 등의 재래식 무기는 규제되지만 핵ㆍ화학ㆍ생화학 등 첨단 무기는 배제됐다. 또 미국 등의 주장으로 조약국 내부의 무기 문제가 규제 대상에서 누락되고, 인도의 문제 제기로 일부 무기 거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박영숙 이현숙 등 여성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돼 지난해 7월부터 유엔의 조약 채택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콘트롤암스(Control Arms)와 함께 캠페인을 벌였던 여성평화외교포럼은 “이번 조약이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와 허점을 지니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와 출발을 만들어 냈다”며 “국제사회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 세계 시민사회의 환영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조약 채택이 표결 결과 압도적 지지를 얻어 이루어졌기에 발휘까지는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