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유미숙 숙명여대 교수
전두엽 성장시켜 자기충동조절능력 높여야
아이의 사생활 존중해주고 아이 입장에서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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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신체적 사춘기보다 심리적 사춘기가 더 심각하다. 사춘기 아이는 기존 문화나 어른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삐딱하게 보고 자동적으로 반발하곤 한다. 주변과 계속 갈등하는 진통을 겪으며 우울증도 앓는다. 충돌을 조절해줄 자아도 성장하지 않았고, 특히 성적 충동도 빨라져 성폭력 등 도덕적 위기도 함께 겪는다. 욕망이 정당하게 순환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만큼 미국처럼 댄스파티 등 밝은 데서 드러내놓고 건강하게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장이 시급하다.”

아동 심리치료의 권위자 유미숙 숙명여대 교수(아동복지학과·사진)의 조언이다. 그는 나날이 광포해져가는 청소년 성폭력 문제도 사춘기에 제대로 대처 못 하는 우리 사회의 미숙함과 이중적 성 규범에 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대중문화 등에서 조숙함을 은연중 부추기는 반면 가정에선 사춘기 때 흔히 수반되는 자위행위, 몽정 등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나쁘고 어색한 것으로 치부하며 부모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성장 중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에 대해 “숨어서 해야만 하는 행위”로 은밀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서구의 경우 자위행위, 몽정 등은 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철저히 개인적인 일로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초경파티가 있듯이 첫 몽정파티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때부터가 스스로 순결의 가치를 결정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단계다.”

사춘기의 진통은 하루아침에 급격히 오는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영유아 시절부터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받은 다양한 교육들, 가족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축적된 결과가 가시화된 현상일 수 있다.

“이 점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요즘은 돌이 갓 지난 아이들의 교육 출발점이 대부분 문화센터라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줄넘기 과외까지 남 하는 것은 다 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백화점식 교육 풍토로 연결된다.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부모들이 일관된 태도를 견지한다.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핵심만 뽑아서 아이에게 주입하려는 데만 몰입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 아이가 진정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놓치고 만다. 인간은 원래 하나를 습득해야 그 다음 것도 잘 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인데, 우리 부모들은 습득보다 학습 기회에만 초점을 맞추려 한다. 더구나 아이가 맺는 관계에는 별 관심이 없기에 주위를 배려하지도 않고 자기 중심적이어서 눈치도 없고, 이래저래 EQ가 낮은 아이들을 본의 아니게 길러내게 된다.”

문제는 이런 양육·교육 행태 때문에 전두엽 발달에 지장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조절능력도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전두엽은 청소년기에 부쩍 발달한다. 이 때문에 충동조절과 논리적 사고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유 교수는 특히 이 연장선상에서 근래 가시화되고 있는 초등생의 자살행위에 주목한다. 가족해체 시대에 예전 아이들보다 외로움을 더 진하게 느낄 수밖에 없고, 충동조절도 나날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자신의 가치와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한다. 자살도 일종의 부모에 대한 적대적 반항행위로 볼 수 있다. ‘난 엄마처럼 혹은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 등의 거슬리는 말로 부모에게 고통을 주려고 하는 한편 자살을 통해 ‘내가 죽어 한 번 속상한 꼴 당해봐라’ 식의 분노와 보복의 표출이다. 열쇠는 부모-자식 간 건강한 관계에 있다. 가장 힘들고 다급한 순간에 아이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현실적으로 부모밖에 없다. 교사나 상담자는 다만 심정적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때문에 이 세상 사람이 다 등을 돌려도 적어도 내 부모만은 내 편이라는 확신과 신뢰를 아이에게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결국 아이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과 ‘안정’이다.”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사춘기 초등생의 자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유 교수는 “내 아이가 어려움을 어디까지 내게 터놓고 얘기하나, 아이가 얘기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고 권한다. 부모가 강자인 입장에서 옳고 그름만을 가려 얘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부모에게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마음 문은 굳게 닫혀버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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