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
전경련발전위원회 4월 출범… 전경련 쇄신 구원투수
“아내는 평생의 파트너이자 친구”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이하 전경련)는 1961년 민간 경제인들에 의해 설립된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다. 전경련은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는 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출범 취지가 무색하게 국민에게 비쳐지는 현재의 전경련 이미지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특히 지난 10년간 보여준 전경련의 행적은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조차 ‘전경련 무용론’이 심심찮게 들린다.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전경련이 ‘와신상담’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2월 취임한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있다. ‘여성신문’이 1일 전경련 회관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
-1999년부터 전경련에 몸담아 왔다. 기획본부장, 상무, 전무를 거쳐 상근부회장에 선임됐다.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을 고민했다. 대부분 학교나 연구소로 갔다. 당시 ‘남들과 차별화된 직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미래 경제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주역은 기업이 될 것이고, 민간에서 가장 창조적인 곳이 전경련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가 몸담은 시기 전경련은 생각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못 했다. 짧지 않은 기간 계속 관찰하면서 살아왔다. 솔직히 민간경제 기능을 잘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취임 후 지인들에게 ‘지금까지 많이 생각한 것 야무지게 해 보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4월 출범할 ‘전경련발전위원회’는 무엇을 목적으로 운영될 예정인가.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고 냉정하고 차갑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경련이 중심이 되는 활동이 아니라, 모든 것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과 기업을 대립 구도가 아닌 협조적인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 발전위원회 운영 핵심이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모아서 위원회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
-기업의 남성 중심 문화는 여전하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여성들의 자질은 뛰어나다. 성과도 눈부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결혼과 출산은 여성에게 위기다. 아이를 낳고 ‘10년’이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 여성들의 생산성은 다시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10년을 국가와 사회, 기업에서 도와야 한다. 전경련은 2008년부터 국공립 보육시설 52개를 지었다. 앞으로 100개가 목표다. 임신 휴직은 물론 남성 육아휴직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특히 유연근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한 일자리를 두 명의 여성이 2.5일씩 나눠 일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분배를 기업들이 감내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근 ‘일·가정 양립’이 화두다.
“핵심은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서는 남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찌 보면 일·가정 양립의 걸림돌은 남자인 것 같다(웃음).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여자가 할 일, 남자가 할 일이 정해져 있다. 그 장벽이 깨져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애처가라고 소문이 났다. 부인 자랑을 부탁한다.
“아내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내개 대놓고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동료, 상사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해준다. 칭찬은 하지만 질책하는 사람이 없다. 집사람은 내부 고발자이기도 하다(웃음). 사실 아내가 내 생활을 이해하기 어렵고, 나도 아내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늘 대화를 한다. 아내는 신문을 6개나 본다. 시사·경제 프로도 놓치지 않는다. 중요한 기사가 뜨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내 언론기사도 꼼꼼히 모니터링해 준다. 자연스럽게 집에 가면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게 된다. 오늘 여성신문과 인터뷰하는 것도 알고 있다. 아내는 평생의 ‘파트너’이자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