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는 할머니는 누가 돌보나
손주 돌보는 할머니는 누가 돌보나
  •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3.04.03 09:16
  • 수정 2013-04-0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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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9시간 돌봄 노동하는 할머니들
“체력적 부담 커도 시설에 맡기자니 불안”
정책 지원 전무… 건강프로그램 개발 시급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하루 평균 8.86시간을 아이들을 돌보는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황혼육아’는 이제 다반사가 됐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은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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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하루 평균 8.86시간을 아이들을 돌보는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황혼육아’는 이제 다반사가 됐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은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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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DB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흥순(57)씨는 매일 아침 7시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인천 부평 구산동 아들네 집으로 출근을 한다. 일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 생후 28개월이 된 손녀를 돌봐주기 위해서다. 손녀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이씨는 아들 내외가 퇴근하는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아이를 돌봤다. 이씨는 “아들 내외에 도움을 주고 싶어 손녀를 돌보지만 평소 허리가 좋지 않은데 아이를 업거나 안을 때는 힘에 부칠 때도 있다”면서도 “아이는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믿고 맡길 곳도 마땅치 않고, 전문직인 며느리가 일을 그만두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황혼 육아’는 이제 다반사가 됐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은 전무하다. 최근 ‘손주돌보미’ 제도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손자·손녀 돌봄을 거의 도맡고 있는 여성 노인(할머니)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00세 시대 대비 여성 노인의 가족 돌봄과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하루 평균 8.86시간을 아이들을 돌보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로 환산하면 평균 47.2시간이다. 수도권 여성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손자·손녀를 돌보는 이유를 물으니 ‘자녀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78.3%)라는 대답(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자녀의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려고’(35%), ‘남에게 손자·손녀를 맡기는 게 불안해서’(32.7%) 순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손주지만 황혼 육아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할머니들의 진짜 속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와 2011년 서울 서베이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노인들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노후 생활은 손자녀를 양육하는 ‘황혼 육아’였다. 가장 희망하는 것은 ‘취미 및 교양활동’으로 나타났다. 외손녀(3세)를 돌보는 이순희(56·경기도 부천)씨도 “내 손녀고 내 딸을 도와주는 일이라 돌보고 있지만, 만약 손녀를 안전하게 돌봐줄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안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할머니들은 체력 부담과 아이에 매여 개인 시간이 없는 점을 손·자녀 돌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세 자녀의 아이를 연달아 키운 고순자(58·경기도 안산)씨는 지금은 생후 4개월이 지난 외손녀를 돌보고 있다. 육아 베테랑인 고씨도 “아직은 젊기 때문에 크게 아프거나 힘들지는 않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개인 시간이 부족해 답답할 때가 많다”면서 “손주돌보미처럼 돈으로 지원해주는 것보다 한 달에 단 몇 시간이라도 아이를 봐주는 보육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손주 돌보는 할머니에게 돈으로 지원하는 정책보다 손주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문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며 “특히 신경통처럼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강 문제는 길게 보면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돌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하루 종일 집안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노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을 복지관 등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제안한 여성 노인 지원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육아휴직제도, 유연근무제도 등 일·가정 양립정책 활성화와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 공보육체계 다양화 등 근본적인 해법과 함께 손자·손녀를 돌보는 여성 노인이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전업주부나 젊은 부모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동육아나눔터에 여성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겪게 되는 건강문제와 건강관리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자기관리(self-care)’ 개념을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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