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 가방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돕는 고려대 학생들
250개 판매가 목표였던 가방이 한 달 만에 8000개 팔려
“3·1절 아닌 평소에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가져주세요”
김만희(23·국어국문학과), 김지원(22·경영학과), 여주영(21·국제학부), 이현지(21·경제학과), 정예솔(21·경영학과), 진세은(22·한문학과) 등 고려대 학생 6명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인액터스의 블루밍팀은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들이 비영리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과 함께 내놓은 에코백(친환경 가방)이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가방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심달연, 김순악 할머니 압화 작품(실제 꽃이나 잎을 종이에 대고 눌러서 말린 그림)을 이용해 만들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3월 1일 출시 이후 8000개 넘게 팔렸다. 이들이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멋과 윤리라는 일석이조의 효과 덕분. 수익금은 모두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인다.
블루밍팀 매니저인 김만희씨는 “지난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모임과 함께 윤리적 소비 브랜드 ‘희움’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며 “에코백이 활용성도 높고 할머니들이 만드신 압화 작품을 가방 전면에 넣어 위안부 이슈를 알리고, 기부에만 의존하던 단체의 재정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기 중에도 사업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반을 담당하다 보니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단다. 김지원씨는 “주 3회 회의를 하고, 한 달에 한두 번 대구에 내려가서 일을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있었다”면서도 “시민단체와 쇼핑몰 운영이 어울리지 않다던 시민모임이 희움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판매 물량이 이들에겐 기쁨인 동시에 과제이기도 하다. 이현지씨는 “3·1절이나 광복절 등 기념일에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다른 때는 판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다른 디자인의 에코백을 출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이런 관심이 일시적 붐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지원씨도 “지난해부터 활동했는데 그 사이에도 몇 분의 할머니들이 돌아가셨다. 할머니들께서 살아계실 때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만희씨는 “앞으로 희움 브랜드 운영을 시민모임이 전부 맡을 수 있도록 돕고, 위안부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아이템도 찾고 있다”며 “에코백 디자인에 재능 기부를 해준 패션 디자이너 이현지씨처럼 전문 인력의 도움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에코백은 희움 홈페이지(www.joinheeum.com)를 통해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