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ㆍ유통ㆍ소비구조의 신뢰회복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명운동
도시농업이 붐이다. 최근 몇 년간 건물 옥상이나 도심의 자투리 땅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2,30대의 젊은이들과 여성들의 관심과 참여가 뜨겁다. 2011년에 결성된 ‘파릇한절믄이(파절이)’는 2,30대 청년들이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인근 카페에 제공하거나 ‘마르쉐’ 같은 도시 장터에 내다 팔기도 한다. 현재 노들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은 4월부터는 광흥창 근처 옥상에서도 텃밭을 운영할 계획이다. 운영진을 비롯해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파절이는 구성원의 4분의 3이 여성이다. 파절이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김은향(27)씨는 “흙을 만지고 농사를 지으면서 잊고 있던 감수성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며 “그런 감수성은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 강수현 활동가 또한 “먹을거리 등 여성이 생활과 연결된 것에 대해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도시농부의 많은 수가 여성”이라고 진단했다. 여성 도시 농부들은 도시농업을 '먹거리의 자급자족을 넘어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회복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위한 실천으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 지역 장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얼굴을 맞댄 거래, 로컬 푸드로 요리하는 음식점 확산 등을 꼽는다.
여성이 주축이 된 도시농업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치유’다. 여성환경연대 텃밭 교육활동가이자 ‘홍대텃밭다리’의 멘토인 박정자(47)씨는 7년 동안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스스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든 것의 때를 기다릴 줄 알게 됐다”고 말한다. 40세 때 인생의 힘든 고비를 넘을 때 알게 된 텃밭 농사 덕에 힘들었던 시기도 수월하게 넘기고 사춘기 딸들과의 쉽지 않았던 관계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파절이 김은향(27)씨도 “흙을 만지고 식물이 자라는 걸 보는 것이 힐링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농사짓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여성환경연대에서는 2011년 4월부터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우들과 텃밭 가꾸기를 진행하고 있다. 씨를 뿌리고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이 늘 돌봄만 받던 환우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농업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마련된 이후 각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서울시는 3월 27일 도시농업을 추진할 민간단체 10개를 발표하고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단체별로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는 이들 단체가 텃밭 조성ㆍ운영, 도시농업교육,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