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공감하자, 그래야 산다”
동물행동학자의 눈으로 인간세계 통찰… 공생적 인간 ‘호모 심비우스’ 설파
“여학생들, 여성시대 만끽하려면 도전에 미치고, 독서광이 되라”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국내 굴지 대기업의 ‘통섭형 인재’ 선발에 폭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섭’이란 상당히 난해한 개념의 말이 바야흐로 우리 생활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발원지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에코과학부·59·사진). 제자의 아이가 붙였다는 ‘할아버지 교수님’이란 하늘색 표지판이 붙은 연구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수박 생쥐 나비 등으로 구성된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 벽면이다. 일생 동물 생태를 관찰해온 학자답다. 긴 팔 원숭이가 초록빛으로 사랑스럽게 그려진 명함에서부터 연구실 곳곳에 도마뱀 거미 등 갖가지 곤충 모빌, 퍼즐 등이 놓여있어 놀이터에 온 듯하지만, 한편으론 이 다양한 갖가지 개성이 천진난만하게 어우러져 있기에 '통섭‘을 그토록 줄기차게 외쳐올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통섭’은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웰이 고안한 ‘consilience’란 말에서 유래한다. 국내에선 1998년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출간한 ‘consilience’를 최 교수가 번역하면서 이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휴웰은 ‘consilience’에 대해 “작은 지류들이 한데 모여 큰 강을 이루듯이 서로 다른 학문 분야의 지식과 이론이 한데 모여 하나의 거대한 통합 이론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최 교수는 그의 책 ‘열대의 예찬’에서 “섞여야 건강하다”며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섞여왔기 때문”이라고 쓴 바 있는데, 아마도 동물행동학자로서의 삶과 연구를 통합한 인생관이 아닐까 싶다.

그는 “8년 전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식으로 통섭 화두를 꺼냈는데, 처음 몇 년 간은 상당히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지인들은 “최 교수, 잘 해야 해. 자칫하면 몇 년 떠들다 거품 되기 십상인데, 이렇게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이왕에 불 질렀으면 확실히 산불을 내라”고 충고했다. 그는 “지금 뚜렷한 결과물을 짚어내긴 힘들지만 이제는 지하철 안에서 옆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봐도 ‘그런 건 여러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해’라며 통섭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 같아 굉장한 결과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며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자연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꾸 인간세계와 연결 짓는 버릇이 있다”는 이 인문과학자와 통섭이 왜 시대정신일 수밖에 없는지, 특히 여성들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요즘 계속 강조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와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Symbious)’가 왜 긴 안목에선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는지에 대해 긴 얘기를 나누었다.

-최근 삼성그룹에서 ‘한국판 스티븐 잡스’를 슬로건으로 통섭형 인재 선발을 내걸어 화제다. ‘통섭’ 용어를 정착시킨 당사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10년 동안 통섭적 인재를 뽑으라고 삼성에 대놓고 떠들었다. 얼마 전 삼성의 인사담당자가 ‘이제야 우리도 통섭적 인재를 뽑겠다’ 해서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내가 일관되게 요구한 것은 단순하다. 지원자의 대학 성적표 좀 심층 분석 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무조건 성적이 잘 나온 사람을 뽑지 않는다. 성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쉬운 과목만 선택한 결과라면 기회주의자로 간주, 지원서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려운 과목에 도전해 거기서 좋은 성적을 내면 제일 좋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도전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일개 대학이 그렇게 하는데 대기업이 월급을 주고 기업을 살려낼 인재를 뽑으면서 말랑말랑한 선택만 한 지원자를 뽑으면 말이 되는가. ‘도전’을 우리 사회가 높이 평가한다면 나도 교수할 맛나겠다. 내 강의엔 학기 초엔 백 명 넘게 수강하다가 학기 말쯤 되면 40여 명도 채 안 남는다. 그만큼 성적 따기가 어려우니까.”

-삼성그룹에 여성 임원 비율을 두고 쓴 소리를 한 일화도 유명하다.

“십 몇 년 전인가, 신임 임원 특강 자리에 불러 가보니 200명 중 여성 임원은 딱 2명이더라. 그래서 ‘내년엔 불러도 안 오겠다. 여성 임원이 이렇게 없는 기업은 필히 망한다’고 일침을 가한 후 ‘내년 신임 임원 남녀 비율이 50: 50이 되면 그때 불러 달라’ 했다. 이미 세계적 석학들이 다 여성인력을 활용 못하면서도 살아남겠다고 몸부림치는 조직은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때 이후 삼성은 더 이상 신임임원 특강 때 날 부르진 않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선언때문인지 여성 임원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기업의 여성 발탁 변화는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2000년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는 한 방송의 강의를 필두로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2003년 호주제 폐지 관련 지지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해 남성으로선 이례적으로 ‘올해의 여성운동상’도 받았다.

“솔직히 얘기하면, 시작은 우연한 ‘실수’였다.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는 실상 멋있는 제목이었을 뿐이다. 속내는 동물계는 암컷이 주도하는데 왜 인간은 다를까, 재미있게 얘기하려다가 어느 날 ‘다른 동물세계에도 호주제란 게 있다면 호주는 당연히 여성’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 것이 여성계의 호주제 주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아차,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생각했지만 이슈 한복판으로 멋모르고 끌려들어갔다(웃음). 우리 동물행동학자끼는 편안히 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이었는데. 후폭풍으로 반년 가까이 시달렸다. 당시 서울대에 재직 중이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TV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며 ‘너도 사내자식이냐’ 식의 욕설 전화가 끝없이 걸려왔다. 명색이 교수인데 서로 통성명이라도 하고 얘기를 하시라고 하면 ‘너 같은 놈에게 내 이름을 알려줄 필요도 없다’고 하지를 않나 연구실 전화 코드를 아예 뽑아놓고 살았다. 고인에겐 미안하지만 (기행을 한다는 의미에서) ‘앙드레 최’라는 별명 아닌 별명까지 붙여주는 이도 있었다. 내가 좀 비겁해서 당시 ‘큰 실수했구나’하고 숨으려 했는데, 몇몇 여성들의 전화가 내게 이 문제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했다. 어떤 중년 여성은 전화를 걸어 대성통곡을 하고, 진주에 산다던 한 여성은 ‘선생님은 도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 나왔느냐,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내 수 십 년 체증이 단박에 사라졌다고 했다. 그래서, 남성들이 길길이 날뛰긴 하지만 저 남성들이 잃을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과 함께, 여성들에게는 호주제가 보통 문제가 아니구나,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문제를 단순화시켰다. 여성들에게는 이 문제가 거의 삶과 죽음의 문제처럼 심각하니 기왕 욕먹을 바에야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짓을 하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글도 쓰고 책도 냈다.”

-그 절정은 헌법재판소(헌재)에서의 의견 제시가 아닌가 싶다.

“통섭적 측면에서 헌재가 호주제 관련 위헌 소송에 과학자의 의견을 듣겠다고 초청한 것은 매우 참신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야, 법학자가 과학자와 소통하는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했다. 기왕 나가는 것이니 효율적으로 하자는 생각에 동물 얘기를 잘 이해 못 할 재판관들을 위해 십 몇 분짜리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이를 잠깐 소개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니 헌재소장이 답변하는데, 이미 내가 딱 짐작한 대로였다. 먼저 ‘우린 그런 것 해본 적 없다’ 해서 ‘법에 저촉 받지 않으면 늘 최초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니 허락해 달라’ 했더니 ‘기계가 없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가져왔다 하니 이번엔 스크린이 없다 하는 게 아닌가. 저 큰 흰 벽면이면 스크린으로 충분하다 하니 더 이상 핑계 대지 않고 ‘뭐, 기왕에 가져오셨다니 해보시죠’ 하더라. 그래서 공작새 등 한바탕 재판정에서 ‘동물의 왕국’을 상영했다(웃음).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면서 ‘자연과학자이기에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과학은 그런 일을 하는 학문이 아니다’고 운을 뗀 뒤 ‘자연계를 아무리 둘러봐도 호주제 같은 것은 없다. 자연계에 없다 해서 인간 사회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인간만이 가지는 속성이라는 가정이 성립하려면 지구상 모든 나라에 다 호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만 있으니 호주제를 인간 속성으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결론은 ‘자연과학자 입장에서도 호주제는 어색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후 얼마 있다 호주제 위헌 판결이 내려졌고, 이어서 호주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내 입장에선 여성운동계의 헌신이 바탕이 돼 (8회까진 뛰어보지도 않았는데) 9회 말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친 셈이라고나 할까. 아내가 따끔히 말하더라, 호주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우리나라 여성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언제가 인터뷰에서 “학문과 아내가 나를 가르쳤다”고 말할 정도로 아내(이화여대 음대 채현경 교수)의 영향력이 지대한 것 같다.

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