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낙태 피임 등에 강력 반대
독재정권 암묵적 협조로 인권의식도 의심
새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연일 화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공식 즉위한 프란치스코 1세는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자 1300여년 만의 비유럽 출신 교황, 첫 예수회 출신 교황 등의 기록을 세웠다. 즉위미사 강론에서 “가장 가난하고 약하고 비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역대 교황들과 다른 소박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역대 교황들과 다른 소탈하고 청빈한 모습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강론으로 ‘사회적 약자의 대변인’으로 떠오른 교황이지만,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가톨릭교회는 종교적인 기구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구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 사제 서품, 동성애와 낙태, 콘돔 허용 등의 문제에서 여성계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 블로그’는 최근 새 교황의 과거 기록을 통해 여성의식을 분석한 ‘새 교황의 페미니스트 가이드’를 발표했다. 미즈 블로그는 “일부 여성 종교단체에서 새 교황에게 희망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그는 결코 여성들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동성결혼은 “악마의 행동” 주장
교황은 호스피스 시설을 방문해 에이즈 환자의 발을 씻어주는 봉사를 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 결혼을 “악마의 행동(of devil)”이라 주장하는 등 동성애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인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이에 강하게 반대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수도원에 보낸 서신에서 “속지 마라.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주님의 계획에 반하는 파괴적인 공격이다”라고 적었다. 또한 동성 커플의 입양은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낙태와 피임은 죽음의 문화"
교황은 여성운동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낙태와 피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의 낙태결정권(pro-choice) 운동을 “죽음의 문화(culture of death)”라 했으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무료 피임약 보급 노력을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가톨릭여성성직자협회(ARCWP)의 브리짓 메리 미한은 “교황이 여성들을 ‘큐리아’(바티칸의 최고 행정기구) 고위직에 여성을 허용하여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해주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여성성직자협회는 12일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 여성 참여를 주장하며 바티칸에서 분홍색 연기를 피우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티칸은 이 협회나 여성사제 서품운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독재정권 하 수만 명 죽음에 침묵
아르헨티나는 1970~80년대 긴 시간 동안 독재정권 하에서 공포정치를 겪은 나라다. 소위 ‘더러운 전쟁(the dirty war)’이라 불리는 기간에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다. 교황은 당시 예수회의 총장으로서 이런 상황에 침묵했고 두 명의 예수회 사제가 군에 납치되어 고문 받은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티칸 대변인은 일부 언론의 이 같은 보도에 즉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교황을 옹호하고 나섰으나 이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