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금정굴유족회 마임순 회장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 외칠 수 있는 재단 꿈꿔

 

고양금정굴유족회 마임순 회장
고양금정굴유족회 마임순 회장

“이 일은 반드시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뼈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선 안 됩니다.”

‘고양금정굴사건’은 6.25전쟁 중 부역자를 색출한다는 명분하에 고양경찰서 경찰의 주도로 다수의 민간인을 불법 총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유족들은 오는 5월 피해보상금의 5%인 6억2000만원을 출연해 ‘금정굴 인권평화재단(가칭)’을 출범한다.

고양금정굴유족회 마임순(66·사진)회장은 유족회 결성, 국가 배상 판결 승소, 재단 설립까지 고양금정굴사건의 진실을 위해 20년 넘게 매달렸다. 마 회장은 지난 9일 발기인대회서 5월 창립하는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상임이사에 내정됐다. 마 회장을 15일 오후 대화역에서 만나 재단 설립 계획과 심경을 들어봤다.

마 회장의 남편 가족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삼촌, 큰형, 작은형 등 3대 5명이 고향경찰서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작은아버지 가족이 월북했다는 이유에서다. 마 회장의 남편은 친척 할아버지가 항아리에 숨겨줘 살아남았다. 그 후 마 회장의 남편을 비롯해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연좌제 굴레에 갇혀 살아왔다.

참다못한 마 회장은 93년 유족회를 결성했고, 유족들과 가해자 찾는 일부터 발품 팔아 매달렸다. 하지만 관계기간 반응은 물론 지역주민들 반응도 냉담했다.

“당시 살던 서울 압구정동에서 매일 고양을 오고가며 조사를 했죠. 낮에는 다들 일을 나가 사람이 없어 저녁에 조사를 해야 했어요. 밤 12시가 넘도록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했죠. 제 말을 못 믿었던 사람들도 많았어요. 금정굴에서 뼈라도 가져오면 믿어주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전염 빨갱이’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진실을 위해 싸웠어요.”

그로부터 2년 후 고양시민회회장 김양호씨를 비롯해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금정굴에서 유골을 발굴했다. 현재 유해는 일산동구 설문동 청아공원에 임시 안치돼 있다. 지난해 국가는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정당한 이유와 절차 없이 구금해 부역 혐의로 살해했음을 인정했다. 유족들은 피해보상금의 5%를 내 인권평화재단을 발족하는데 뜻을 모았다.

재단은 금정굴 현장을 보존, 평화공원 조성, 희생자 추가조사, 각종 위령사업과 국내외 학술대회, 평화인권교육 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다.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외칠 수 있는 재단을 만들 겁니다.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성찰하고 다짐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승소 하고 보상금도 받았으니 그만 끝내라고들 말하지만 저희는 이제 시작입니다.”

한편 금정굴 위령사업과 평화공원 조성사업은 고양지역 보훈단체와 재향 군인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보수 단체들이 이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오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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