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당 돌봄교실 정원 15~25명에 불과
“8살 아이 학원 돌릴지, 내가 사표 쓸 지 난감”
워킹맘 고통지수 제로 사회 만들기4
전북 전주시에 사는 서영희(가명·37)씨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서씨는 “돌봄교실만 믿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다. 만약 추첨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워킹맘 김지현(가명·38)씨는 “지난 2월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진 후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굉장히 난감했었다”며 “다행히 친정어머니께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집에 오셔서 한동안 아이를 돌봐주시기로 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워킹맘과 저소득 가정을 위해 시행 중인 돌봄교실이 정작 워킹맘들에게는 한마디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돌봄교실의 학교당 정원이 15~25명 수준이어서 대기 순번까지 생겼다. 우선 입소 대상자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1순위는 차상위계층, 2순위는 한부모, 3순위는 다문화가정, 4순위는 다자녀 가정이다. 맞벌이 가정은 맨 마지막이라는 것이 워킹맘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부모들은 “돌봄교실 입소는 ‘복권 당첨 확률’과 비슷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12일 찾아간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하교 시간. 시계가 낮 12시 30분을 가리키자 교문 앞은 아이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엄마, 아빠는 물론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할머니와 학원 교사도 동원됐다. 또 아이들을 태워 이동하려는 노란 학원버스 석 대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순(63)씨도 “딸 내외가 일하느라 바빠서 대신 손녀를 데리러 왔는데 나도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가 있어서 몇 시간만이라도 돌봄교실에서 아이를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부터 오후 5시까지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700여 곳에서는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는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이 운영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 현황’을 보면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참여한 학생은 15만9000명에 불과하다. 전체 초등학생의 5.4%에 불과하다. 온종일 돌봄교실에 참여한 학생은 5만4000명이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328만명의 9.6%인 97만 명이 방과 후 1시간 이상 혼자서 지내는 ‘나 홀로 아동’이다.
최정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원은 “영유아기는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종일반, 시간제, 야간반, 24시간반 등을 도입해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학령기 아동을 둔 전일제 맞벌이 가구가 학교 안팎에서 돌봄의 공백 없이 이용할 만한 돌봄 서비스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며 “학령기 아동의 돌봄은 공교육 안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