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구기관 정책 개발 인프라 강화 필요

‘연구의 질(Quality), 연구의 독립성(Independence), 연구 성과의 영향력(Impact)’. 현대적 개념의 싱크탱크 원형으로 평가받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홈 페이지 첫 화면에는 이 세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선진 싱크탱크가 지속적으로 지향하는 좌표다.

한국 지자체들이 여성정책 출연기관을 설립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세종시에서도 기관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여성연구기관은 지역정책 성 주류화의 중추다. 그러나 최근 한 지역 여성연구기관의 연구원 비정규직 문제 및 연구보고서 자기 복제 문제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이들 기관에서의 연구 인프라 현황과 과제를 되짚어보게 한다.

현재 17개 지자체 중 여성연구기관을 재단으로 출연한 곳은 7곳이다. 나머지는 지역발전연구원의 부속 조직이나 도 사업소 형태다. 연구원은 재단이 5~20여 명이고, 부속 조직은 1~2명이다. 연간 예산은 서울, 경기, 부산 등이 20억~90억원, 나머지 재단이 10억~16억원이며, 부속 조직은 별도 예산이 없는 곳도 있다. 인건비, 기관 운영비 등을 제외한 연구비 규모는 더 작아서 1년 장기연구 과제 예산이 100만~200만원인 경우도 있다. 연구원 처우도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연봉도 경력자를 제외하면 2000만~3000만원대부터 시작된다. 우수한 박사연구원 충원이 쉽지 않고, 여성 이슈의 지평 확대에 대응할 만큼 다양한 전공의 연구진을 갖추기도 어렵다.

브레인 트러스트, 브레인 뱅크, 싱크 팩토리로 불리는 전문가 그룹이 처음 등장했던 20세기 초반 세계의 두뇌 집단은 10개 안팎에 불과했다. 이후 미국 군사 전략가들과 국방 전문가들이 모여 전쟁 계획을 짜고 토론하던 공간을 싱크탱크로 부르기 시작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오늘날 전 세계에는 6000여 개의 싱크탱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다양하지만 선진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지향점은 비슷하다. ‘연구의 질, 연구의 독립성, 연구 성과의 영향력’이 그것이다.

지역 발전의 개념적 틀이 하드웨어와 하향식 개발에서 소프트웨어와 상향식 개발로 전환되면서 여성 이슈도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 친화적 지역개발 등 사회의 중심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 여성연구기관들이 연구 범위를 여성으로 한정하지 않고 여성을 넘어서는 다양한 영역에 지역성과 성인지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이슈 파이팅을 지속해 나가려면 상징적 기관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 지역 여성연구기관의 정책개발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자체와 지방의회,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기대한다.

김경숙 공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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