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중립성 갖춘 재정지킴이
성인지예산제도 정착에 밑거름

“다른 분야에 비해 입법부에는 여성 고위직이 별로 없습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국회의장이나 부의장, 원내 대표직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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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기자

지난 2월 28일자로 퇴임한 주영진(56)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직원들을 임파워하는 데 탁월하고 전문성을 갖춘 합리적 리더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특히 여성 인재 등용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여성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깊이 공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였기에 국회예산정책처장으로 성인지예산제도 정착에 앞장섰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성인지예산이 여성만을 위한 예산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결산과정에서 고려해 국가재원이 효율적이고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2009년에 처음으로 29개 중앙부처 195개 사업 7조3144억원 규모의 ‘2010 성인지예산서’가 국회에 제출됐고, 2013년에는 34개 중앙부처 275개 사업 12조9137억원 규모로 늘어난 ‘성인지예산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성인지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주 전 처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국가 예산의 성별 영향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별 통계나 성과지표 같은 기본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또한 취약한 국가재정 운용 방향과의 연계성에 대한 개선도 필요합니다. ‘국가재정 운용계획’의 분야별 정책 목표에 성인지 분야를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이 있겠죠. 그리고 성인지예산서가 아직 국회 예산안 심의자료에 포함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국회의 심의자료로서 지위 향상이 필요하고 정부가 매년 국회에 제출하는 ‘여성정책연차보고서’에 성인지예산서를 포함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주 전 처장은 제5회 입법고시로 국회에 들어가 32년간 국회에서 의사국장, 예산정책처 기획관리관, 국토해양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두루 거쳐 2011년 3월 국회예산정책처장에 임명됐다. 2003년 실무 준비단장으로 국회예산정책처의 초석을 놓은 주 전 처장은 국회의 재정통제권 강화를 위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예산정책처의 운영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다. 32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시작했다.

“30여 년 넘게 출퇴근하며 틀에 박힌 생활을 해온 터라 은퇴하면 여유롭게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었어요. 퇴직하자마자 강의를 시작하게 돼 바로 실행에 옮길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여유롭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이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후학 양성이라든지 제가 가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여행은 틈틈이 다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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