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모델들 뉴욕과 파리 컬렉션 종횡무진
세계 4대 패션 컬렉션 중 하나인 뉴욕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저녁 링컨센터 ‘더 스테이지(The Stage)’에서 한국 디자이너 5인의 합동 패션쇼인 ‘컨셉 코리아’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뉴욕 패션위크를 시작한 펀 말리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패션 총괄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 유명 패션계 인사와 패션 전문가 등 700여 명이 몰렸다. 특히 CNN, 패션잡지 보그 등 유력 미디어들의 열띤 취재 경쟁으로 패션 한류의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대구광역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함께 주관하는 ‘컨셉 코리아’는 2009년부터 한국의 패션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참여한 여성 디자이너는 손정완씨와 계한희씨.
계한희 디자이너는 영국의 유명 패션학교인 ‘세인트 센트럴 마틴’을 갓 졸업한 신예 디자이너. 2011~2012년 영국 패션위크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국내에 알려진 경우다. 컨셉 코리아를 통해 뉴욕에 진출해 호평 받은 이후 뉴욕 디자이너의 등용문이자 대표 편집매장인 ‘오프닝세리머니’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계한희 디자이너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인 디자이너로서 서기 힘든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에 설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이후 세일즈도 잘 진행되고 있고 성공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의 이름을 빛내는 대표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싶다”며 “3월 서울 패션위크와 5월 싱가포르 블루프린트 페어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이 많지 않던 90년대부터 홀로 패션 본고장에서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린 여성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는 문영희 디자이너다. 1992년 브랜드 ‘문영희’를 론칭한 그는 1996년 파리로 진출한 이후 17년간 34시즌 동안 빠짐 없이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여하며 세계 패션계의 인정을 받았다.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옴므’로 유명한 우영미 디자이너는 지난해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됐다. 파리의상조합은 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브랜드 쇼의 장소와 시간을 결정하는 기관으로 패션계에서 파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영미 디자이너는 1997년 처음 프랑스 파리 패션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2002년부터 꼬박 20차례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뉴욕매거진’은 뉴욕 패션위크에서 주목해야 할 모델 10명을 소개하며, 한국인 모델 김성희, 박지혜, 수주씨를 주목했다. 김성희씨는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의 최초 아시아인 모델로 패션사진의 거장 스티븐 마이젤이 찍은 미우미우 2013년 캠페인 화보집에서 세계적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박지혜는 샤넬과 크리스찬디오르의 2013년 쇼에 발탁됐고, 수주 역시 2년 전 데뷔 때부터 뉴욕 패션계가 주목해온 유망주다.
5년 전만 해도 뉴욕 패션위크에서 10개 주요 브랜드가 쇼에 기용한 아시아 모델은 2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월에 열린 뉴욕 패션위크에선 26명의 아시아계 모델이 런웨이에 섰다. 점차 유럽·미국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인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에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성장과 함께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