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워킹맘은 괴롭다. 일·가정 양립에 허덕이는 워킹맘. 슈퍼우먼이 아닌 그녀들은 할 말이 많다.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김교연씨는 워킹맘의 애로사항을 책으로 펴냈다. 책 한구절 한구절에서 실생활의 고달픔이 묻어난다. 그녀는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김교연씨를 신도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남편과 연애를 7년 했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1년 후 결혼을 했고요. 결혼 자금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연 3%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 1000만원 마련한 것이 전부였어요. 용감했죠.”
장밋빛 꿈을 안고 한 결혼의 환상은 바로 깨졌다. 시어머니, 아내, 엄마의 삶.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남들과 다른 결혼생활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저자는 결혼 8년차가 돼서야 현실을 인정했다. 많은 사건이 있었다. 가출, 밤새 울기, 친구들을 만나 한풀이하기, 남편에게 이혼서류 보내기 등. 그래도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처음은 ‘한풀이’ 용이었다. 내용을 묶으니 제법 재미있었다. 그렇게 책이 출간됐다.
책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산후조리 비용, 출산 후 처진 뱃살, 툭 까놓고 이야기하는 부부 성생활, ‘그림의 떡’ 육아휴직 등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묶어놓았다. 넋두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과 다른 워킹맘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들을 살피고, 나아가 워킹맘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제도적 장치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6시에 ‘땡’ 하고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이 현실적으로 없죠. 사내 규정에 있는 육아휴직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고요. 이스라엘은 오후 4시 30분이면 직장일이 다 끝나요. 그 이후 시간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육아에 쏟아부을 수 있는 거죠. 사회제도가 가정을 생활의 중심에 두도록 짜여 있으니 전체 부부의 95%가 맞벌이를 해요. 우리나라도 그런 제도가 필요해요.”
남성 육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사회시스템이 여전히 남성 가장 중심 모델로 돌아가고 있어요. 오히려 여성의 사회활동이 보편화됨으로 인해 여성의 의무에 큰 짐을 더 얹어준 것이나 다름없지요. ‘이중 가장 이중 양육자 모델’을 추구해야 합니다. 즉, 여자도 돈을 벌 수 있고 남자도 육아에 참여한다는 거죠.”
책을 내고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을까. “책을 내고 제 삶이 바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똑같아요(웃음). 그래도 이제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니 엄마들이 행복한 세상,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봐야죠.”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