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가격 인상 소식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소주, 위스키 등 주류 가격이 인상되더니 올해는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 대부분의 가격이 올랐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물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하버드대에는 미국 대학 최대 규모의 서점이 있다. 서점 입구 양쪽에는 빨간 바탕의 ‘협동조합’(The Coop)이라는 로고가 붙어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명소가 됐다. 하버드 협동조합 서점은 비싼 전공 서적과 학습 도구를 값싸게 구입하기 위해 1882년 학생들이 1달러씩 출자해 세웠다. 조합원 출자금은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달러이며 교직원과 졸업 동문들도 1달러만 출자하면 언제라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6개 매장을 거느린 하버드와 MIT 협동조합의 지난해 매출은 무려 4332만2622달러(약 500억원)에 이르렀고,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수익 중 108만 달러(약 12억4000만원)를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줬다.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주택가에 ‘착한 과외, 월 15만원’이라는 한 장의 전단지가 붙었다. 바로 ‘대학생 과외 협동조합’에서 붙인 것이다. 대학생 과외 협동조합은 경희대 학생 이건욱(25)씨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모임이다. 이씨는 주 2회 강습 기준 월 과외비를 ‘시세’의 절반인 15만원으로 책정했다. 학년·과목 관계없이 초·중·고생 누구나 같은 금액으로 책정하고, ‘조합원 대학생’은 월 3000원을 조합에 납부하도록 했다.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값 등록금’에 이어 또 다른 반값 시리즈인 ‘반값 식당’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500~300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반값 식당을 대거 만들겠다는 것이다.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상가 등을 싼 값에 빌려 유명 외식업체 등이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형태의 기업형 반값 식당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허리우드극장 실버영화관 부근에 ‘추억의 도시락’을 운영해 하루 500~1000명의 노인 관람객들에게 저렴한 식사를 제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볼로냐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스테파노 자마니와 그의 부인 베라 자마니는 저서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에서 “협동조합은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그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경제적 차원의 기업이다. 동시에 경제 외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다른 경제 주체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차원의 조직이기도 하다”면서 ‘협동조합’이라는 기업 형태를 주식회사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10년 내 8000개까지 조합 수를 늘리고 지역 내 총 생산 5%, 경제 규모 14조3700여 억원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협동조합종합지원센터’를 5월부터 운영할 방침이다.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어 팍팍하기만한 우리의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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