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적 ‘만족’... 안내표지판, 어두운 조명 개선 필요

방문객 10만 명 돌파 시민청, 서울시민들의 놀이터

“쌍뱡향 소통과 경청의 공간이자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생활마당이 서울시민청이다. 시민청이 서울시민들의 재미있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시민청 개관식 中 박원순 서울시장)

2년 3개월여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12일 모습을 드러낸 서울 신청사 내 시민청 현판은 귀 모양이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박 시장의 의지를 표현했다. 개관 한 달, 방문객이 벌써 10만명을 넘었다. 시민청은 어떻게 시민들에게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시민청을 둘러봤다.

지하 1~2층 총 7,842㎡ 규모로 완성된 시민청은 일반적인 관공서와는 달리 내부가 독특하다.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색 등 금속성의 벽과 천장에 작은 구멍을 뚫은 펀칭 메탈형 디자인이 그 예다.

시민청 홍보 담당 우사랑씨는 “타공판 구멍은 서울 시민들의 의견을 흡수하고자 하는 소통 의지”라며 “서울 시민의 다양성을 색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시민청 군시기유적전시실
시민청 '군시기유적전시실' ⓒ홍효식 사진기자 / yesphoto@womennews.co.kr

시민청은 시민의 생각을 경청하겠다는 취지를 반영해 관청 ‘청(廳)’자가 아닌 들을 ‘청(聽)’자를 사용했다. ‘소리갤러리’와 ‘뜬구름갤러리’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천장에 설치된 45개의 모니터는 시민들이 소장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상영한다.

서울시민의 삶을 테마로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시민청 갤러리’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갤러리는 3월 31일까지 <서울사람 서울 살이>주제로 서울시민들의 가족사진을 전시한다. 가족의 사연 또는 사진을 시민청 홈페이지에 응모 후 방문하면 무료로 가족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날 가족사진을 촬영한 정희정(33)씨는“요즘 가족사진을 찍으려면 20만원이 훌쩍 넘어 가격부담이 있다”며 “무료인데다가 4살짜리 딸아이와 처음으로 같이 찍는 가족사진이라 의미 있는 시간 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찍는 사람도 보람이 있다. 사진작가 왕태균(35)씨는 “사진 찍어주는 봉사를 하고 싶던 소원을 이번 기회에 이뤘다”며 “전시기간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다양한 가족을 보며 가족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군시기유적전시실’도 시민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신청사 건립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화포인 불랑기자포(보물 제 861-2호), 화살촉 등 590여 점의 유물을 볼 수 있다. 유물출토 현장 위에 강화유리를 깔아 발밑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군시기유적전시실에서 안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재옥(69)씨는 “봉사를 하며 동시에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며 “3남매 모두 결혼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군기시유적전시실 옆에는 소규모 콘서트나 만남의 광장 등으로 활용되는 ‘활짝라운지’가 있다. 활짝 라운지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독서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신연희(42)씨는 “공무원들만 쓰면 의미가 없던 공간이 소통의 장소가 됐다”며 “9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퇴근 후 모임을 갖기에도 좋다”고 흡족해했다.

이밖에 다양한 공정무역제품을 판매․전시하는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과 ‘다누리’ 매장도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시민청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 주력할 것”라며 “앞으로 시민청이 관청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해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2% 아쉬움... 안내 표지판, 어두운 조명

시민청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서울시는 시민청 방문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9%가 시민청에 만족했고, 87.6%의 방문객이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시민청 가는 길은 지상과 지하에 연결되어있다. 신청사 외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들어오기 쉽다. 하지만 지하철 2호선 4번 출구 방향으로 향하는 신청사 뒤편 출입구를 이용하면 별다른 안내판이 없어 초행길일 경우 헤매기 쉽다.

워크숍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위해 시민청에 처음 왔다는 윤여철씨는 “곳곳에 안내판이 없어서 오기가 힘들었다”며 “길 안내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지하1층의 조명은 대체적으로 어둡다. 공정무역카페에 놀러온 대학생 김희영(22)씨는 “전체적으로 시민청이 어둡다”고 불편함을 말했다.

시민청은 지하 1층이 비움과 유연성의 공간으로 많은 시민들이 드나들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지하 2층은 주로 대관공간으로 꾸며졌다. 바스락홀, 이벤트홀, 동그라미방, 워크숍룸, 태평홀 등 5개 공간은 정책 카페, 시민청 아카데미, 연극, 토론, 콘서트, 결혼식 등 다양한 시민참여공간으로 활용한다. 지하2층은 지하1층에 비해 한산해 보였다. 

한편, 시민청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신청사 투어 프로그램은 ‘신청사 통통(通通)투어’를 통해 가능하다. 투어 신청은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프로그램(http://yeyak.seoul.go.kr)을 이용하면 된다. 공간별 대관 비용은 시민청 홈페이지(www.seoulcitizenshall.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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