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에도 고향 앞으로 향한 대한민국 사람이 무려 28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를 일러 고난의 행군이라 비아냥대는 소리도 들리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행군은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들어 농경문화 끄트머리를 잡고 있는 가부장제의 힘겨운 샅바싸움이라고도 하고, 가족을 내세워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자본의 마케팅 전술이라고도 한다. 누군가는 가족밖에 믿을 게 없는 힘든 시대의 방증이라고도 말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유가 뒤섞여 2800만의 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전국에 ‘마을 만들기’ 바람이 한창이다.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슬픈 시대를 넘어설 묘약으로 이만한 것도 없을 듯하다. 사실 마을 만들기란 말이 좀 어폐가 있다. 마을이란 게 그렇게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다. 언제, 누가 시작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는, 몰라야 제대로 마을 만들기일 테니까.

마을 만들기의 대명사로 떠오른 성미산마을만 해도 그렇다. 곁에 살면서 지켜본 내 기억에도, 성미산마을이 사실 처음부터 마을 만들기 운운한 건 아니다. 그러니까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어린이집을 찾다가 아무리 둘러봐도 딱 맘에 드는 게 없으니 “그럼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우리어린이집’이라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었고, 같이 마음 모아 아이를 키우려니 가까이 모여 살아야 하고, 그러자니 자연스레 같은 동네에 터를 잡았다.

물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터를 잡는다고 그게 온전히 내 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 동네를 떠나지 않고 앞집 뒷집으로 전세 살며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다 아예 눌러앉는 이들이 생겨났다. 먼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이 진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 그냥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그 과정에서 동네에 문제가 있으면 삼삼오오 모여 의논도 하고, 힘을 모아 같이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동네 역사를 만들어 왔다. 그게 누군가 그렇게 처음 그림을 그려놓고 “자, 이제 이것부터 해보자” 하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서로 가까이 있어 좋으니까 그렇게 계속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어느새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마을은 바로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한 시간과 공간의 총체’일 것이다.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지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마을과 사람은 닮은꼴이다. 내가 보낸 시간과 공간의 총체가 바로 지금의 나다. 우리가 마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의 배움과 성장은 그의 일상적 시간과 공간이 있는 마을에서 이뤄진다는, 이 자명한 사실 말이다.

내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는가? 내 아이가 제대로 잘 자라줬으면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바로 당신이 있는 그곳을 안전한 마을로 가꿔가길 바란다. 당연히 서두르지 않고 또 지치지 않고, 다만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이미 그곳은 따뜻하고 안전하며 믿을 만한 마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부디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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