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열정만으로 걸어온 길”

 

여성국극 원로 조영숙(왼쪽)씨와 중견 김성예씨.
여성국극 원로 조영숙(왼쪽)씨와 중견 김성예씨.
“죽은 예술”이라 치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놓지 못하고…”라며 여전히 여성국극의 부활을 위해 매진하는 이들이 있다. 조영숙(80) 발탈·전통극보존회 이사장과 김성예(59) 우리소리문화원 대표가 대표적이다. 조영숙 이사장은 1951년 고 임춘앵 선생이 이끌던 ‘동지사’에 입단한 이래 60년 넘는 세월 여성국극인으로서 살아온 여성국극의 산증인이다. 김성예 대표는 연출가 겸 극작가 김향과 여성국극의 대표 여주인공이었던 고 박옥진 명창과 사이에서 태어나 뱃속부터 우리 소리를 듣고 배운 ‘천생 국악인’이다. 두 사람을 지난 1월 31일 서울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나 죽으면 어찌될까’ 하는 걱정에 거의 매해 사재를 털어서 공연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조영숙)

조 이사장은 지난해 가림막 뒤에 앉아 발에 탈을 씌우고 조종하며 농을 주고받는 2인극인 발탈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국립예술자료원의 ‘한국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자서전과 기념 음반을 계획하고 있다. 여성국극사를 총정리한 책도 조만간 낼 생각”이라며 “여성국극을 해서는 생계도 해결하기 힘들다. 사랑과 열정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갓난아기 때부터 의상 바구니를 요람 삼아 잤어요.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무대가 놀이터였죠.”(김성예)

마당놀이계의 스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김성예 대표는 1세대 선배들의 전통을 잇고 후배를 양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국립이 안 되면 시립으로라도 여성국극 단체를 만들고 상설 극장을 세우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사립 단체들도 고루 지원해주며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레퍼토리들도 나오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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