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자 34명 이상,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 지정

지난해 7월,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이 일어났다. 두 달 후 방송인 에이미가 마약류 불법투약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건은 경중이 있지만, 공통분모가 있다. 프로포폴이다. 

 

프로포폴은 '기억상실증 우유(milk of amnesia)'라는 별칭이 있다. 프로포폴을 과다 투약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잭슨도 프로포폴을 우유(milk)라고 불렀다고 한다.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대두유를 타서 주사로 쓴다. 그래서 주사액이 우유 같은 흰색이다.   

‘우유주사’ 프로포폴은 일종의 수면마취제로 발현시간이 짧고 시술 후 회복이 빠른 장점으로 마취 유도 시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불안감을 줄이는 환각 성분도 갖고 있다. 주로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성형수술 마취제로 쓰인다. 하지만 상습∙과다 투여 시 혈압 저하 증상을 비롯해 두통, 어지러움, 단기 기억상실, 구토, 경련 등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심할 경우 무호흡증, 심장 기능 저하로 사망 위험에 이르게 된다. 일반인에게 마취 용량 이하로 투약했을 때 중독 증상을 보인 임상실험 결과가 있다.

2000년~2009년까지 국내에서 프로포폴에 의한 사망자는 34명에 달해 심각성이 제기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세계 최초로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2009년부터 프로포폴을 통제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마약류 지정에도 프로포폴 남용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탤런트 장미인애, 배우 이승연은 프로포폴 불법투약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소환조사를 받았다. 추가로 방송인 H, 방송인 C 등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예계가 프로포폴로 발칵 뒤집혔다.

의사들의 무분별한 프로포폴 오남용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의료용 마약류 실태 조사를 통해 의사 93명을 비롯한 의료인 98명이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불법 사용해 오다 적발됐다. 검찰청이 지난해 입수한 프로포폴 주사액은 2만 앰플 가량으로 1년 새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며 익명을 요구한 압구정 모 성형외과 A의사는 “환자에게 무통시술이라는 명목으로 간단한 시술에도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병원이 있다. 프로포폴은 비교적 의존성이 생기기 쉬워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마취전문의에 따르면 “주입 시 위생 상태에 따른 감염위험과 통증, 저혈압, 심각하게는 사망 원인이 되는 부작용이 있다. 개인에 따른 주입용량이 각기 달라 반드시 마취 전문의가 전문장비를 구비해 투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준철 기자 유지현 인턴기자 / sjc0909@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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