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당하고 거부 못 하는데 자발적 선택?

“내가 성매매를 선택했고, 남성이 돈을 내고 날 샀기 때문에 성매매 공간 안에서는 그에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져요. 하지만 나는 진상만 아니길 빌면서 모든 것을 바쳐야 하죠.”(전북 모임 ‘키싱구라미’ 회원)

과거 성매매 여성이었고 지금은 주체적으로 만든 성매매 경험 당사자 조직인 ‘뭉치’에서 활동 중인 이들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충정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무한발설 토크 콘서트’에서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자리였다. 뭉치는 2006년 결성된 성매매 경험 당사자 조직으로 각 지역 자조모임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탈성매매 이후 동료 여성들을 지지하고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 위한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6명의 당사자들은 “성매매를 시작한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성매매 공간에서 벌어지는 업주의 강압적인 성매매 강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 구매자로부터의 폭력은 성매매 여성이 절대 선택할 수 없다”며 “성노동자가 말하는 성적 서비스, 즉 성매매는 결국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이며 착취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콘돔 끼자고 하면 손님들이 좋아할까요? 당연히 싫어합니다. 저희는 하기 싫어도 손님이 원하면 해야 해요. 그곳에서 여성은 상품이거든요.”(전북 모임 ‘키싱구라미’ 회원)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위는 섹스가 아니라 성매매예요. 섹스는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거부할 수 있지만 성매매는 성 구매자로부터 선택 당해야 하고, 돈이라는 권력 앞에서 저항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성매매는 합의를 가장한 성폭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곳에서 여성은 정말 ‘사람이 아니무니다’죠.”(대구 모임 ‘예그리나’ 회원)

그러나 성매매 공간에서 자신이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저는 성매매를 하는 순간에도 그랬지만 그곳을 나와서도 한동안은 내가 피해를 입었고, 성노예였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그냥 그곳에서 많이 힘들었고, 빚이 많았기 때문에 나왔다고만 생각했어요. 4년 정도가 지난 지금에야 ‘나는 업주 밑에서 성노예로 살았구나’ 깨닫게 됐지요.”(제주 모임 ‘수민홀’ 회원)

당사자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서 자발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자발적 성매매와 비자발적 성매매 구별의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생각해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가 절실하고, 성매매 상황에서 성폭력이 일어날 경우에도 성폭력 피해자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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