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주도사업 내각 이관
여성 경호인력 채용 늘 듯
“직계비속, 영부인 비리는 없을 것 아니냐” 기대도
‘내조정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가부장적 유교문화와 전통적 가족관에 기초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내조와 정치를 결합한 내조정치라는 용어가 이미 부정적 인식을 담고 있다. “청와대라는 적막강산 속에서 퇴근 후 외로워질 것”이라는 시각은 대통령을 불완전한 ‘미혼 여성’으로 보는 남성 중심적 시각이다. 가족과 남편을 돌보는 내조자가 국정 운영에 막강한 권력을 발휘한다는 것도 ‘베갯머리 송사’와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민의정부 때 여성정책비서관을 지낸 이상덕씨는 “대통령은 반드시 결혼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내조정치는 여성 지위가 낮았던 시절 영부인이 여성정책 집행에 힘을 실어줬던 것으로 법적으로 공식화된 업무는 아니다. ‘영부군’이 없으면 내각을 중심으로 공적 채널에서 정무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프레지던트이자 퍼스트레이디로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제 외교가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퍼스트레이디가 국제 외교가에서 하는 역할이 크지 않다”며 “국내 행사는 국무총리 부인이 맡고, 외국에선 외교통상부 장관 부인이 영부군 역할을 하면 된다. 다만 총리 부인이 바빠질 텐데 총리실이 있는 세종시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 비혼이나 재혼녀, 이혼녀는 뭔가 부족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공식석상에서 최고위직 여성에게 “남편이 뭐하는 분이냐”고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독신 대통령이라 가족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몰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여성정책비서관제를 신설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안도 제시됐다. 이 전 비서관은 “여성계 의견 수렴을 위해 여성정책비서관이나 양성평등비서관을 두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이은희씨는 “사회문화수석실 내 여성정책비서관실을 둘 필요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여성 관련 업무를 챙기는 게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여성계 요구나 숙원사업도 여기서 보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부속실을 중심으로 영부인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던 펫 프로젝트(pet project)는 내각으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한식 세계화 사업 같은 펫 프로젝트가 사라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5〜6명의 직원을 두던 제2부속실 폐지로 청와대가 슬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당선인은 대외적으로 ‘마담 프레지던트(Madame President)’로 불리게 된다. ‘미즈(Ms) 프레지던트’도 추천됐지만 외교적 존칭인 ‘마담 프레지던트’가 의전상 무리가 없다는 평이다. 프랑스에선 낯선 사람을 부를 때 남성은 ‘므시외(Monsieur)’, 여성은 ‘마담(Madame)’이라고 한다. 마담은 기혼 여성에 대한 경칭이지만 요즘은 미혼 여성에게도 많이 쓴다.
한편 새 정부에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힘센 부처 장관에 여성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함 교수는 “박 당선인의 가장 큰 문제는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다. 사회와의 접촉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특히 그동안 여성 장관 임명이 구색 갖추기 용이었는데 새 정부에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법무부 등 힘센 부처 장관에 여성을 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