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류현순씨 임원 발탁
동아는 여성 논설위원 4명…
“여성이 대통령 하는데 못할 게 뭐 있냐는 분위기”

주요 언론사 연말인사에서 여기자들이 부장급 이상 간부로 대거 승진했다.

KBS는 지난해말 단행한 인사에서 정책기획본부장, 글로벌전략센터장, 해설위원장에 모두 여성을 승진 발령했다. 류현순 해설위원은 정책기획본부장에 발탁됐다. 여성 임원 발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또 이정옥 전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대외정책실 소속)이 글로벌전략센터장에, 전복수 해설위원이 보도본부 해설위원실장에 각각 임명됐다. 류 본부장은 “여성 간부가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 후배 여기자들이 고무돼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정민 JTBC 정치부장을 편집국 정치부장에 임명했고 고정애 차장을 논설위원으로 인사발령 냈다. MBC는 이동애 차장을 사회2부장, 김소영 차장을 주말뉴스부장에 각각 임명했다. 동아일보도 신연수 부장을 논설위원으로 발령냈다.

정성희 한국여기자협회장(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회원사에만 승진 축하 화분을 10개 이상 보냈다”며 “여성 간부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언론계도 의사결정하는 고위직에 여성이 드문 피라미드 구조인데 깜짝 놀랄 만큼 여기자 승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여성 논설위원 발탁에 주목했다. 논설위원실에 여성을 한 명도 두지 않은 언론사도 아직 있지만, 동아일보만 해도 여성 논설위원이 4명이나 된다. 정 회장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칼럼니스트를 12명씩 두지만 여성은 각각 2명뿐”이라며 “선진국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여기자가 이른 아침 국회의원 자택으로 취재를 가면 부인이 개를 풀어놓았던 것이 20년 전 일인데 지금은 정치부에도 절반까진 안 돼도 대거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계의 여성 고위직 진출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의제를 만드는 언론의 역할을 염두에 둘 때 영향력이 기대된다. 여기자들의 잇따른 승진을 ‘박근혜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류 본부장은 “예산부터 노사문제, 정책까지 담당하는 정책기획본부는 기업 기획조정실 같은 자리다. 여성은 진입시켜주지 않던 불모지에 여성을 발령내 불만을 느낄 수 있는데 한편에선 당연하게 여기더라”며 “여성이 대통령 하는데 못할 게 뭐 있느냐는 게 사내 분위기다. 일종의 ‘박근혜 효과’”라고 말했다. 정 회장도 “될 만한 사람들이 승진했다”면서도 “선택에 영향은 미쳤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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