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준비한 독일에 비해 졸속”이란 비판도 나와
콘텐츠 지속 개발로 화해와 역사 성찰의 장으로 거듭나야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등으로 인한 격변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역사를 다루고 해석하는 데 많은 논쟁이 현존하는 현실에서 화해와 역사 성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시 내용에 여성사에 대한 독자적이고 조명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1950년대 여권 신장에 대한 내용이 상설전시실2에 따로 소개된 정도다. 이 섹션에서는 근대에 들어서 신식 학교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활동하는 신여성의 등장을 설명하는데 “국권 상실기에는 교육과 종교계에서 계몽운동을 펼치고 일제강점기에는 나라를 되찾기 위한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광복 이후 과도 입법의원과 제헌국회 일원으로 활약했다. 남녀동등의 참정권, 간통쌍벌죄,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혼인신고 캠페인 등으로 여성의 지위가 신장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사학자들은 “기존 역사가 남성 중심으로 쓰여 왔기 때문에 역사 연구에서 여성들의 삶은 배제됐었다. 우리가 여성사를 연구하고 새롭게 써야 하는 이유는 그간 역사에서 배제돼 왔던 여성의 역할과 위치를 복원해 진정한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함”이라며 ▲여성 인물 발굴과 재평가 작업 ▲여성운동, 여성단체, 여성운동가들에 대한 조명 ▲여성정책의 변화 ▲여성 관련 문화재나 여성 문화유산 등을 추가할 것을 주문했다.
나선화 문화재위원회 위원은 “그간 여성사와 관련한 논의는 가부장적 사회구조 안에서 억압됐던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에서 그쳤고, 역사 속에서 남성들과 함께 가정과 사회를 지켜나간 긍정적인 여성 활동의 역사는 축소됐다. 이를 보완하려면 여성사전시관의 발전된 형태인 여성사박물관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헬무트 콜 전 총리가 건립 의지를 밝히고 12년간 준비 과정을 거친 독일에 비하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라 졸속이란 논란도 있다. 이런 이유로 개관 당일 역사정의실천연대가 개관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측은 “전문 역사학자들이나 시민사회가 시종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어떤 대화나 소통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사회주체들의 의견을 위한 공청회나 공식적인 간담회도 개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