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선이 함께 치러진 ‘정치의 계절’에 ‘여성’은 뜨거운 화두였다. 대선에 앞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역대 최다인 47명의 여성 의원이 배출됐고, 대선 막바지에는 여성 대통령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돼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이 정치 키워드였다면 강력범죄가 빈발한 올 한 해 여성은 수난의 대상이었다. 오원춘 살인사건부터 제주 올레길 관광객 살인사건까지 잔혹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이런 가운데 여성계의 숙원인 친고죄가 폐지됐다. 여성신문이 올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10대 여성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여성 정치지도자로 1960년대 야당인 민중당 당수를 지낸 고 박순천씨가 있었지만 유력 정당의 후보로 대통령이 된 이는 그가 처음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2013∼2017년 대한민국호를 이끌게 됐다. 정치입문 15년 만에 대선 주자로 부상한 박 당선인은 2004년 당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로 위기에 빠진 당을 살려내고 4.11 총선에서 성과를 보이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해 ‘유신 공주’라는 숙명적인 타이틀과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기대 가운데 선 박 당선인은 통합, 원칙, 약속을 국정 키워드로 내세웠다.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가 ‘시대 교체’를 어떻게 해낼지 주목된다.
18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다 여성 후보가 출마한 선거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김소연 무소속 후보, 김순자 무소속 후보 등 4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3명이 완주하는 성과를 남겼다. 특히 집권여당과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가 모두 여성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두 차례의 TV토론에서 ‘박근혜 저격수’로 맹공을 퍼부었다. 독설과 막말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로 바닥에 추락한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평도 잇따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 출신인 김소연(왼쪽 사진) 후보는 ‘94일 단식농성’과 ‘포클레인 고공농성’ 등으로 점철된 1895일 투쟁을 이끈 인물로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인 김순자(오른쪽) 후보는 “청소노동자가 행복해야 모두 다 행복한 세상 아니냐”며 대선을 완주했다. ‘정몽준을 이긴 노동자’란 별칭으로 불려온 그는 4·11 총선 당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왔으나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다.
4월 11일 치러진 19대 총선 결과 역대 최다인 47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배출됐다(지금은 박근혜·윤금순 의원의 사퇴로 45명). 전체(300명) 의원 중 15.6%에 달하는 수치다. 여성 의원은 17대 39명, 18대 41명이었다.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의원은 19명이 당선됐다. 새누리당이 4명, 민주통합당 13명, 통합진보당 2명이다. 18대 총선의 14명보다 5명 더 늘었다. 민주통합당 이미경 후보는 서울 은평갑에서 당선돼 5선 고지에 올랐다.
4·11 총선은 여성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입증된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선자들은 상당수 개인 득표율이 정당 득표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할당제에 대한 일부 남성 정치인들의 뿌리 깊은 반발심도 확인한 선거였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15% 의무공천’을 첫 도입하자 일부 남성 후보들의 역풍이 거셌다. 이들은 당규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이 이화여대 동문회냐”는 노골적인 반발로 기득권 수호에 나섰다. 공천 결과도 참담했다. 새누리당은 당헌에 지역구 여성 공천 30% 규정을 내세웠으나 실제는 전국 230곳에 16명(6.9%)을 공천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민주통합당도 전국 210곳의 지역구에 여성 후보 21명(9.8%)을 공천해 목표치인 15%엔 한참 모자랐다. 여성계에서는 총선을 여성정치세력화의 터닝포인트로 삼아 ‘여성 의원 30% 고지’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성 수난시대’. 강력범죄로 전 국민이 불안한 한 해였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가 범죄의 주요 타깃이 됐다. 만삭 임신부 성폭행부터 올레길 관광객 살인사건, 자매 살인사건, 납치 토막살인사건까지 일년 내내 여성폭력이 기승을 부렸다. 통영 초등생 살인사건, 나주 초등생 성폭행 등 인면수심의 아동폭력이 판을 친 한 해였다. 잔혹한 성범죄는 수원·나주·제주 등 전국 곳곳을 가리지 않았다.
여성과 아동 안전문제는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폭력이 갈수록 흉포화되면서 정부의 부실한 범죄예방책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서울 중랑구에선 전자발찌를 찬 전과 11범의 성범죄자가 이웃 동네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져 전자발찌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근절 대책단’을 구성하고 대대적인 법제 개선을 추진했다. 특히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성범죄자알림e’의 운영상 한계가 노출돼 여론의 비판을 받자 성범죄자 신상정보제도를 대폭 개편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도 강화됐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범과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제작·수출입한 사람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높였다.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추방과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친고죄가 마침내 폐지됐다. 국회는 11월 22일 본회의를 열고 친고죄 삭제를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과 ‘형법 일부 개정안’ 등 5개 법안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따로 고소를 안 해도 수사기관이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친고죄는 여성계의 해묵은 숙제였다. 그동안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는 대부분 친고죄가 폐지됐지만 성인 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는 거의 친고죄였다. 친고죄로 인해 5대 강력범죄 중 하나인 성폭력이 개인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고, 가해자는 합의를 위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꽃뱀으로 몰고갔다.
개정안에 피해자보호제도가 도입된 것도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모든 성폭력 피해자에게 확대된 법률조력인제와 진술조력인제, 증인지원관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수사 과정에서 조서나 서류 작성 시 범죄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무기명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명시한 것도 주목된다. 하지만 개정법안에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강도죄까지 확대하고 성범죄 신상공개 3년 소급 적용, 화학적 거세 대상 확대 등을 포함시킨 데 대해선 인권침해 논란도 거셌다.
100점 만점에 49.5점. 16개 시도의 평균 성평등지수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지역별 성평등 수준분석 연구’에서 지난해 기준 16개 시도의 성평등지수를 측정한 결과다. 분석 결과 복지 영역 점수가 가장 높고, 대표성 제고 영역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비교하면 복지, 대표성, 경제참여와 기회 영역은 성평등 수준이 소폭 개선됐지만 가정과 안전한 삶 영역은 사회안전 인식도, 강력범죄 피해자 성비 등이 떨어져 소폭 하락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경북·울산·전북은 성평등 지수가 낮은 지역으로 꼽혔다. 지역별 편차가 가장 큰 부문은 경제참여와 기회영역으로 제주·강원·충남·서울이 높았고 경북·전남·울산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가정과 안전한 삶 영역은 전남이 가장 성평등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성(性) 평등 수준은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8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었다. 지난해(107위)보다 한 계단 하락했다. 아랍에미리트(107위), 쿠웨이트(109위), 나이지리아(110위), 바레인(111위) 등 아랍·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표별로 보면 한국의 여성경제참여도와 참여기회는 116위였고, 교육정도(99위)와 건강·생존(78위), 정치력(86위)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 한 해도 워킹맘들의 고통지수는 줄지 않았다.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지난 8월 전국의 19세 미만의 자녀를 둔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워킹맘 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워킹맘 1000명 중 83.0%가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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