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선 어린 10대 여성운동가에 대한 총격사건이 일어났고 아랍 여성들에 대한 명예살인도 계속됐다. 하지만 올해 끝자락에 치러진 미국 총선에선 사상 최다 여성 의원을 배출하며 ‘여성들의 해’를 이뤘고 말라위와 태국 등에서 여성 지도자가 탄생하며 희망의 불씨를 일으켰다.
2012년 올 한 해 세계를 흔들어 놓은 여성 이슈를 정리한다.
여성인권 새 상징 ‘유사프자이’
지난 10월 탈레반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파키스탄의 15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소식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탈레반 치하에서 교육이 금지된 소녀들의 현실을 폭로해 온 어린 여성인권운동가 유사프자이는 하굣길에 탈레반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머리와 목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탈레반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유엔은 11월 10일을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날’로 지정했으며 유사프자이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되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 영국의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여성의 해’ 이룬 미 선거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 2012년은 유난히 선거가 많은 한 해였다. 특히 11월에 있었던 미국의 대선 및 총선은 ‘여성들의 승리’라 불릴 만큼 여성 유권자들의 활약이 돋보인 선거였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 의원 수는 역대 최다인 상원 20명, 하원 81명으로 늘어났으며 여성 의원 비율도 상원 20%, 하원 18.6%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4월 미얀마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마침내 국회에 입성한 아웅산 수치 여사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아랍’ 여성, 새 정부서 소외돼
반면 ‘재스민 혁명’의 주역이었던 아랍 각국의 여성들은 국가 재건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고 여성인권이 오히려 후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의회를 장악한 후 여성 쿼터제를 폐지했고, 리비아에서도 선거법 초안에 포함됐던 쿼터제가 삭제됐으며, 튀니지에서는 여성권익을 무시한 새 헌법에 반대하는 여성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독재정권이 물러난 아랍 국가에서는 이슬람원리주의를 강조한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 억압이 오히려 심해지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여성 지도자 바람
아프리카에서 연이어 탄생한 여성 지도자들은 작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4월 말라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데 이어 7월에는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회의체인 아프리카연합(AU) 최초의 여성 집행위원장이 선출됐다.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과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AU 집행위원장은 2005년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으로 뽑힌 엘런 존슨-설리프과 함께 아프리카 여권 신장의 상징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