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 3만 명이지만 수용 인원은 3%
대구·울산·강원·전라·경상 등 일시쉼터 ‘0’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가출 청소년이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청소년 쉼터는 가출 청소년 모두를 수용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절박한 생존수단으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을 막고 가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구호활동(아웃리치)이 중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일시쉼터는 13곳에 불과하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은 2007년 1만8636명에서 지난해 2만9281명으로 4년간 57% 늘었다. 이 통계는 부모나 친권자가 신고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로 방치되고 있는 가출 청소년의 수가 10만 명 이상이라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쉼터가 수용 가능한 정원은 총 89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 청소년의 3%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있을 만한 거리에서 직접 만나고 구호활동을 하는 아웃리치 활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쉼터에 입소하기 꺼리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쉼터는 청소년들이 24시간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머무르며 숙식과 상담, 의료서비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버스 등 차량을 통한 이동형 쉼터를 함께 운영하면서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는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가출 청소년의 전반적인 현황과 동태를 파악하고, 정부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일시쉼터는 서울 2곳, 경기 3곳 등 전국에 13곳뿐이다. 일시쉼터가 단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지역도 대구·울산·강원·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6개 시·도 중 9곳에 이른다. 제 발로 찾아오는 청소년만을 위한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일시쉼터 소장은 “절대적으로 쉼터 수가 적기 때문에 쉼터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내년에 11개 쉼터를 확충할 예정이며, 특히 일시쉼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일시쉼터와 단기쉼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 중심으로 확대해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담에만 치우친 쉼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0월 문을 연 가출 청소년을 위한 일시쉼터 ‘꿈꾸는 드롭인(Drop-in)센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야간에는 운영되지 않는 기존 쉼터와 달리 24시간 운영되며 식사와 의료서비스, 성매매 예방교육, 상담 카페 등을 지원한다. 또 전용건강지원센터와 일자리지원센터와도 연계된다.

김은녕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가출 청소년은 늘고 있지만 열악한 예산 때문에 이들을 쉼터가 다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보다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쉼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늘리고 상담과 아웃리치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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