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힐링이 아이들 돌봄 향상에 도움
인건비 등 안정적 운영비 현실화 시급
커다란 스크린 가득 아이들의 영상이 뜨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강의실을 메웠다. 전국 지역아동센터에서 모인 17명의 여성 종사자들은 평소 돌보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보낸 깜짝 영상 메시지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충남 보령 비체팰리스에서 진행된 KB아카데미 교육지원사업 ‘비움과 채움’은 전국 지역아동센터에서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이상 근무한 시설장과 생활복지사들의 회복과 재충전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박3일의 여정을 마친 종사자들은 “잘 충전해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KB아카데미는 전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훈련과정을 개발하고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센터로 2008년 9월에 개소했다. KB아카데미는 ‘비움과 채움’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아동센터 직무 분석을 통해 전문성 향상을 위한 심화교육 및 아동지도에 필요한 실무교육 등 종사자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교육 콘텐츠 및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2009년부터 1년에 2~3회씩 진행해 온 ‘비움과 채움’ 프로그램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소진율이 높은 센터 종사자들에게 쉼을 주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11회를 맞는 이번 회차까지 약 200명의 교사들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렸다.
평소 12시간 이상의 과도한 근무시간, 부족한 인력, 열악한 재정 상황 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종사자들은 ‘나를 찾는 여행, 동료를 만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의 부제답게 치유와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 오전에 진행된 ‘몸 살림 운동’에서 강사 박희준씨는 종사자들의 몸 상태를 보고 “이렇게 집단적으로 몸이 안 좋은 경우는 처음 봤다”며 “전혀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일만 하신 분들”이라고 진단했다. 오후 시간에는 바다가 보이는 스파에 몸을 담그고 꿀맛 같은 휴가를 만끽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는 “선생님의 힐링이 아이들에 대한 돌봄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아동들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며 근무하기 때문에 직무 스트레스가 많고, 소규모 이용 시설이라 교육훈련이나 슈퍼비전을 체계적으로 받기 어렵다. 또한 야간까지 근무를 지속하는 등 업무시간은 길고 그에 따른 보상은 열악한 상태라 종사자의 소진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사들의 소진율 증가가 아이들의 ‘비행’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인력 양성이 최대 의제”라며 “종사자 선생님들의 삶이 알려지고 존경받아야 젊은 친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선생님으로 양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아동센터는 1980년대 자생적으로 시작한 공부방이 2004년 법제화를 거쳐 아동복지시설로 편입된 것으로 2004년 당시 895곳에 불과했지만 2012년 6월 현재 4003곳으로, 이용 아동 수도 2만3347명에서 10만7171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종사자 수는 8709명으로 시설장의 약 70%, 생활복지사의 90% 이상이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