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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식한 부자가 유식한 선생 한 번 해보려고 선생을 사려 문서

를 꾸미고 있것다.(얼쑤!) “선생이라 할 같으면 모든 점에 이로운

게 많다. 한 번 선생된 자는 평생 선생이니 과연 철밥통이요, 한 번

공부하면 수십년, 적어도 수년은 울거 먹으니 그 아니 좋을손가. 게

다가 교실에서 천하무적, 당해낼 자가 없도다. 학생에게 ‘야,’

‘너’ 반말에, 수 틀리면 ‘너 나가!’, 밸 꼴리면 ‘이리 나와!’

출석부로 후리 갈기고 뺨따귀 올려 붙여도 감히 어느 학생년놈이 나

서리오. 왕실수를 열나 해도 절대 사과란걸 모르고, 지 하고지픈대로

하나니 일개 왕국의 킹이라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그렇지!)”

부자, 이러한 내용을 듣다가 질겁을 하고 “아이구, 맹랑합니다 그

려. 나를 깡패로 만들 셈이란 말이요?”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

며 달아나 버렸겠다.(얼씨고~)

‘민속극’과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의 풍자를 배우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자기들 끼리 양반전을 추임새까지 넣어 패러디 해 놓고선

까르르 넘어간다.

그런가 하면 2학년 교실 쪽 복도엔 커다란 대자보가 붙었다.

'공고'

아래의 교사들은 벌점 규정에 의해 퇴직금 없이 면직처분한다.

r교사-머리 염색에 엉덩이까지 큰 죄, 벌점 70점

a교사- 담배, 라이터 불법 소지죄, 벌점 80점

k교사-예쁜 척 한 죄, 벌점 50점

s교사-응큼 눈빛 죄, 벌점 75점

o교사-어설픈 연기 죄, 벌점 60점

v교사-몰래 가발 쓰고 다니는 죄, 벌점 80점

한 교사가 대자보를 뜯어냈더니 잠시 후 그 교사를 벌점 주는 공고

문이 다시 붙었다.

'공고'

a교사-불법으로 공문서 뜯은 죄 벌점 70점, 퇴직금 없이 재면직 처

체벌을 없애기 위한 한 방안으로 근래에 벌점 제도라는 게 생겼다.

학교에선 체벌대신 하는거지 협박성이 아니라고 하지만 당하는 아이

들 쪽에선 ‘차라리 때리라’고 나선다. 체벌이나 벌점이나 다 그게

그거라는 거다. 그러더니 드디어 교사들 벌점주기로 나섰다.

며칠 전 한 노(老) 교사가 상담실을 찾아와 진지하게 하시는 말씀.

익명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 애가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도 그 애가

안 찾아온다.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상담실에서 그 학생을 찾아

상담을 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사건의 실상은 이러했다.

c교사가 출근해 보니 책상 위에 한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선생님, 전 꿈 많은 소녀에요 (중략) 제 고민을 선생님과 꼭 이야

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용기가 없어요. 선생님이 제 고민을 들어주

실지 어쩔지... 그래서 제 이름도 밝힐 수가 없어요. 만약 선생님께서

제 고민을 들어주시겠다면 신호를 해 주세요. 저희반 수업시간에 손

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여주시면 제 고민을 들어주시겠다는 걸로

알고 선생님을 찾아오겠습니다.”

C교사는 그 반 수업 시간에 책장을 넘길 때도 손가락을 v로 펴서

넘기고, 설명하면서도 V를 긋고, “여러분 여기 칠판 보세요”하면

서 손가락을 활짝 펴서 V, 종이 치자 “여러분 수고했어요”하며 다

시 양손으로 V를 그어 마구 흔들었다.

상담부에서 수소문해보니 그런 편지를 받은 교사가 한둘이 아니었

다. 제 각각 그 아이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팔 흔들고, 피에로 웃음

을 웃고, 인디언이 사냥할 때 내던 이상한 동물 소리 같은 것도 내

고 하였건만 묘령의 학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근자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참았던 웃음이 교실을 뒤집을 듯 터져 나오는 반이 종종

있더라는 후문이 들려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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