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최영애 소장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최영애 소장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2.12.14 12:03
  • 수정 2012-12-1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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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맨얼굴로 만나고 싶어요”
국내 어린이청소년극 개척자… 한예종 연극원장으로 후학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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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십대에겐 연극이 정말 필요하다. 나도 평생 이 길을 가기로 결심한 때가 바로 대학에 막 들어간 이 때였다. 70년대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 오태석 극작가의 ‘초분’이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람의 에너지, 호흡, 사람과 사람이 한 공간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떨림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또한 오래 지속된다. 연극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자양분이다. 사회가 아이의 문화적 감성을 키워주지 않는다면 그건 바로 어린아이에게 마구 쏘아댈 수 있는 권총을 손에 쥐여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능 후 반짝 청소년 관객이 거의 전부인 우리 청소년 연극계의 풍토를 바꾸고자 고군분투 중인 최영애(55·사진)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초대 소장.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국내 아동청소년극 개척자로 잘 알려진 최 소장은 1988년 교육극단 사다리 창립 멤버로 발을 내디뎌 대표까지 역임하며 90년대 중반까지 아동청소년극 현장에서 활동했다. 2008년엔 호주에서 열린 아시테지(ASSITEJ·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에서 3년 임기의 부회장으로 압도적으로 선출되기도 했고, 올해 초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장으로 임명돼 현장과 이론을 왕성히 넘나들며 후학을 키우고 있다.

“십대의 불안한 질주 본능엔 연극이 특효”

“어린이청소년극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같이 생각을 공유해야만 가능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 기대, 흥분도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같이 느껴야 한다. 아이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에너지를 좋아해야 하며, 그 속에서 보물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이게 부담스럽다면 절대 이 길을 못 간다.”

어린이청소년극이 다른 성인 연극과 다른 점을 물어보기가 무섭게 그의 입에서 열정적으로 나온 말이다. 그가 가장 경계한 것은 어린이청소년극에서 흔히 연상하기 쉬운 ‘교육’적 효과, 즉 계몽성이다. 그는 “개인적으론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을 때 흔히 계몽적이 되기 쉬운 것을 체감했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5월 연구소 발족 후 세 번째 작품이자 첫 창작극으로 최근 공연한 ‘빨간 버스’(박근형 작·연출)의 주인공은 주위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미혼모 처지를 숨기고 생활하는 모범적인 여고생이다. 그는 연극에 예술교육 감독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가 개소 이후 다루고 있는 극은 주로 청소년극이다. 국립극단 산하라는 장점을 살려 민간 극단이 하기 힘든 틈새 영역을 비집고 들어간 결과다. 아동극의 경우, 10년 이상 경력의 현장 전문가가 몇몇 있지만 청소년극 쪽은 너무나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주로 독일의 번안극을 우리 실정에 맞게 각색해 호응을 얻고 있는 극단 학전이나 창작극을 주로 하는 극단 진동 정도가 그나마 명맥을 이어왔다. 서울에만 만 18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이 약 177만 명(서울시민의 19%) 살고 있지만, 2010년 문화향수 실태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15세 이상 19세 이하 청소년 관객의 87%는 1년에 한 편도 연극을 관람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것을 보면 청소년극의 상황이 십분 이해된다. 최 소장은 청소년극의 사막화가 결국 성인 연극의 관객 침체 혹은 감소로 이어진다고 본다. 아동극을 본 세대가 한동안 연극과 뚝 떨어져 있다가 성인이 돼서 연극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스마트폰에 모든 것이 담겨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너무나 힘든 일이다.

“작품을 선정할 때의 주요 기준은 청소년들이 흥미나 호기심을 가지는지 여부다. 사회를 얘기하지 않고 청소년층을 따로 독립해 얘기할 수 없기에 사회적 고민도 같이 한다. 연구소 발족 기념 첫 작품 ‘소년이 그랬다’(세계적인 청소년극 ‘The Stones’의 번안극)는 연극계에 한번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켜보자는 의미에서 선택했다. 심심해하던 청소년들이 육교 위에서 돌을 던져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지는 극 스토리 자체가 그랬다(웃음). 청소년극으로선 파격적인 주제에 ‘어, 이게 뭐지?’하는 반응이 많았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올린 ‘레슬링 시즌’ 역시 왕따와 학교폭력을 다루면서 해답보다는 원인 찾기에 골몰했다. 그에 따르면 “나는 거기서 무관한가, 방관자인가, 아니면 일부 책임이 있나? 그리고 사회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연결망에서 고민을 드러내려 했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알아도 연극은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 충격받아

“연구소를 준비하면서 십대들이 뭐 하나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영화는 아는데 연극은 무엇인지 도통 몰라 충격을 받았다. 기껏 답한 것이 ‘뮤지컬’ 정도다. 도대체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연극 무대로 끌어들이나. 그래서 나름대로 서포터스단도 만들고 연극 비평 기회를 주는 승객단도 만들고 그때그때 주제에 맞게 이야기판도 벌인다. 우여곡절 끝에 끌어온 아이들이 공연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표정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연극이 끝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얘기하고 싶어한다. 비록 배우는 어른들이지만 이 어른들이 자기네 삶을 주제로 얘기하고 있으니 마치 자신들이 무대 중앙에 나와 있는  듯 느끼는 것 같다.”

연구소에서 청소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고안해낸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주니어 크리틱(Junior Critic)’. 이번 ‘빨간 버스’에선 ‘승객단’이란 이름으로 남녀 고교생 17명으로 구성, 공연 전부터 설문조사 작업에 연습, 리허설 참관 후 의견 제시 등의 방법으로 청소년들이 간접으로나마 극에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길을 열어주었다.

“어린이청소년극을 하면서 제일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아이가 이해를 못 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면서 절감한 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이해력이 빠르고 위로능력이 월등하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 순회공연을 하는 학생들이 공연을 떠나기 전 걱정을 하면 내 개인 체험을 들어 ‘걱정하지 마. 거기 가면 아이들이 너희들을 더 많이 도와줄 거야. 아이들이 힘이 돼주고, 또 실수를 하더라도 걔네들이 감싸안아줄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마술처럼 내 예언은 적중하곤 한다(웃음).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안 줄 뿐이다.”

 

최영애 소장이 청소년극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교훈이 아니라 청소년의 삶 자체에서 원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연구소가 첫 창작극으로 최근 무대에 올린 ‘빨간 버스’는 미혼모 여고생을 통해 청소녀기의 은밀한 불안함을 얘기한다.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blog.nvcoin.com cialis trial coupon
최영애 소장이 청소년극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교훈이 아니라 청소년의 삶 자체에서 원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연구소가 첫 창작극으로 최근 무대에 올린 ‘빨간 버스’는 미혼모 여고생을 통해 청소녀기의 은밀한 불안함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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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제공
이해와 위로 능력 뛰어난 아이들, 사회는 왜 가로막는가

늦깎이 결혼을 한 그에겐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 토로하면 묵묵히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친구란다. 한편으론 냉철한 비평가이기도 하다.

“애가 굉장한 조언자다. 아이가 어렸을 땐 한창 아동극에 꽂혀 있었는데 아이의 걱정이 엄마가 아이들을 잘 모르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그러더라, 어린이라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 그렇게 착하지는 않다고. 요즘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가르쳐주면서 많은 의견을 보태준다.”

그는 청소년들이 사극에 열광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청소년 버전의 사극도 무대에 올릴 것을 고민 중이다. 0~3세 영유아기에 맞춘 연극도 고민 중이다.

“청소년극을 하면서 ‘얘네들이 자라 어떤 인간이 되길 내가 원하지?’라고 계속 자문한다.  그런 고민이 없다면 망망대해에 배 한 척 띄운 꼴이리라. 넓게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계속 연극 현장에 있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인간상을 상상하기는 굉장히 힘들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진정성을 가지고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 그것이다.”

그의 판에 몰려들어올 미래 관객,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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