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여성정책 철학을 볼 수 없다”
“후보들의 여성정책 철학을 볼 수 없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2.11.30 11:31
  • 수정 2012-11-3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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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공개한 여성 관련 공약 평가에 참여한 여성신문 여성정책공약단 14명 위원들의 공통 의견은 전반적으로 공약들이 대동소이해 후보 간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일·가정 양립’ 관점에서 출산과 보육에 집중돼 분야별 공약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각 주요 공약에 대한 세부 계획이 분명하지 않아 공약의 구체성이 크게 떨어지고, 공약 이행을 위한 시간 계획성이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참여 평가 위원들은 “후보별 여성정책 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은  “기존 법과 제도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정책 결정 과정상의 변화와 개혁을 담보할 수 있는 여성 대표성 확대가 없으면 실현 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기호 한신대 평화와공공성센터 소장도 “전체적 비전과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큰 틀의 정책, 또 이를 구현할 세부 정책이 가지런히 정리되지 않아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연혁 스웨덴 남스톡홀름대 교수(정치학)는 “세 후보가 5년 앞까지도 생각하는 성평등 사회 국가 비전과 경제의 역동성,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를 포괄적으로 고민하는 가족정책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18대 대통령은 성평등 가치 실현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정책 전반에서 성주류화 정책을 추동해낼 수 있는 조정 및 평가 권한을 가진 전담 기구 설립과 남녀 동수 내각 구성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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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후보들의 공약상 여성문제를 ‘여성정책’으로만 게토화해서는 풀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평가 위원들에게서 뚜렷이 드러난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융합연구실장은 “여성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정책 효과가 드러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단순히 여성에 대한 시혜나 특혜로 비칠 경우 정책 추진의 현실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문화협동과정)는 “여성 삶의 변화를 제도 변화에서만 찾으려 한다”며 “여성 삶의 주기에 대한 고민은 빠진 채 임금노동 참여에서 젠더(gender)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 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특히 여성문제와 관련해 남성의 문제도 고찰해보는 통합적 사고가 전무함을 아쉬워했다.

후보별 세부 공약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박근혜 후보는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 출산·보육료 및 인프라 지원, 근로시간 단축, 방과 후 교실 운영 확대 등 포괄적 정책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성 일자리’ 공약은 적극적 조치의 내용이 여성 관리직에만 집중돼 취약 계층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일·가정 양립’ 정책이 보육정책에 집중돼 있는 제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여성 일자리’ 공약은 성평등고용촉진 5개년의 시간 계획 속에서 여성고용률 확대를 도모하고, 비정규직 축소와 처우 개선에 주력하는 균형적 성격을 띤다”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이명선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특임교수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 “여성정책을 성평등·여성평등의 관점이 아니라 여성지원 혹은 여성복지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려 한다”는 일갈을,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참여정부에서 수행해온 여성정책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이번 후보 진영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성정책의 내용은 함량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후보에 대해선 “진보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정책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정책이 제안되고 있지 않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실장은 박 후보는 출산장려정책 관련 공약이, 문 후보는 아동수당과 육아휴직 관련 공약이 상대적으로 눈에 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 일자리 창출 정책의 경우 매우 중요한 여성정책 분야임에도 공약을 통해 비전을 엿보기 어려웠다”고 난색을 표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모든 후보들이 집중하고 있는 보육정책에 관해 평가위원들은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최성은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원 측면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 효과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정책은 일·가정 양립정책과 보육정책”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현행 보육서비스 질 제고를 민간보육시설의 서비스 질 제고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국공립 확대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충분히 식별하지 않고, 무조건 국공립 시설 30% 확대 등 재원 투입으로 해결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보육재정의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은영 충북대 교수(아동복지학과)는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공공책임 강화와 가정책임 강화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구조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파악한 정책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으나,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돼 실현성 측면에서 일정한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박근혜 후보의 출산휴가 3개월 중 1개월을 ‘아빠의 달’로 도입하겠다는 안은 여성의 출산 전후 보호와 회복이 필요한 시기를 오히려 줄이게 되는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육아휴직 기간 내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아동수당제도는 초기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원 마련과 실행 계획이 보다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일·가정 양립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시장의 변화, 특히 노동시간의 변화, 가족 시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관련 공약에 대해 표창원 경찰대 교수(행정학과)는 “모든 후보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취약 여성·아동에 대한 보호조치,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예방·대응조치, 그리고 안전환경 조성문제”라며 “후보마다 온라인상의 음란물에 대한 제재를 구체화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안전환경 디자인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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