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미달, 경쟁률 하락… “전학 가는 학생들도”
일반고 전환 자사고 늘어… “자사고 정책 재검토를”

 

 

자율형사립고가 전국적으로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정원 미달 끝에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시내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가 전국적으로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정원 미달 끝에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시내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특성화고,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를 시작으로 2013학년도 고교 입시가 한창이다. 자사고 간 특화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은 가운데 학교 서열화와 과도한 학비 부담으로 선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고 선택 폭마저 제한하고 있는 데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4년 연속 계속된 미달사태와 경쟁률 하락에 따라 전국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도 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향후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자사고 정책을 재검토해 안정되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무부처가 입장을 분명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에서 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최태혁(가명·양천구 목동)군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혼란을 겪었다. 최군의 성적은 상위권이다. 최군은 “자사고들이 해마다 미달사태를 빚으며 경쟁률도 떨어지고 있어 장래성을 고려할 때 무리해서 자사고를 지원해야 할지 망설였다”고 말했다. 또 상위 30% 이내의 성적으로 자사고에 진학했던 선배들이 내신등급,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성 부재 등을 이유로 입학 후 일반고로 전학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학교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학생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았던 고교들이 대체로 비용 부담이 큰 자사고로 전환해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군은 자사고 선택을 포기하고 일반고 진학을 최종 결정했다. 최군의 어머니 김혜정(47)씨는 “고등학교도 무상교육을 해주길 바라는 서민들의 입장을 생각지 않고 학비가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학교를 자꾸 만들어 학부모들만 괴롭고 힘들다”고 말했다.

목동의 경우 한가람고에 이어 양정고가 자사고로 전환해 남학생들이 선택할 만한 일반고가 부족한 대표적 지역으로, 학생들은 인근 다른 지역 고교로 배정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일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신윤지(목동)양은 “고민 끝에 일반고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학교 서열 때문에 2급 학생이 된 듯한 자괴감이 들었으나 자사고가 해마다 정원 미달인 데다 자사고를 선택했다 전학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으며 많이 안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양은 “일반고가 부적응 학생들 받아주는 곳은 아니지 않느냐”며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일반고로의 전학에 제약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해 일반고 홀대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올해도 자사고들은 전국적으로 대거 미달 및 경쟁률 하락사태를 빚었고, 이에 따른 존폐 논란마저 일고 있다. 서울지역 자사고 24개교의 원서접수 마감 결과, 8개 학교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평균 경쟁률은 1.35 대 1로 2010학년도 2.41 대 1 이후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는 4개교 중 3곳, 대전은 3개교 중 2곳, 전북지역이 2개교 중 1곳이 미달이다.

서울은 결국 지난해 1명도 지원하지 않은 동양고와 지원율이 매우 낮았던 용문고가, 광주에서는 보문고 등이 신입생 모집을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했다. 지원자가 2년 연속 모집정원의 60%에 미달한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경문고, 대성고, 우신고 등 3개교는 학급 수를 줄였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이유는 원칙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상 자율적인 학교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본래 자사고 운영 원칙에서 후퇴해 우수 학생을 우선 선발토록 요건을 완화하고 교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는데도 학생 수 감소로 학급을 축소하는 등 안간힘을 쓰다 결국은 자사고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미달사태와 경쟁률 하락, 일반고 전환 등 자사고의 파행 운영을 지켜보며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학비 부담으로 학생의 능력만으로는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고 선택 폭만 줄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사고 정책에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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