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담판보다는 '양보' 선택...야권단일화 후보로 문재인 후보 확정

 

11월 26일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을 사흘 앞둔 23일 저녁 8시 20분,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새 정치’ 열망 속에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했던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협상에서 입장 차이를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는 ‘양보’의 길을 선택했다. 이로써 야권 단일화 후보는 문 후보로 확정됐다. 안 후보의 사퇴는 문 후보와의 담판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문 후보 측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의 불출마 선언 직전 7시 50분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단일화 협상 회동에서 “여론조사 방법으로 문 후보 측은 가상대결 50%․ 적합도 50%를, 안 후보 측은 가상대결 50%․ 지지도 50%를 각각 제안했으나 두 방식의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며 “물리적으로 여론조사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제 남은 것은 두 후보 간 대화와 협의”라며 안 후보가 곧 입장 발표가 있을 것임을 시사해 중대 국면을 예고했었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안 후보의 사퇴 선언 첫 마디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는 것. 그는 이어서 “단일화 방식은 새 정치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여기서 단일화 논의를 계속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줄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돼 새 정치를 펼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서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재인 후보에겐 성원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 해도 온 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는 말로 사퇴 선언을 마무리했다. 안 후보의 사퇴 회견 직후 문재인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안 후보와 지지자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고, 민주통합당 측에선 “아름다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반응했다.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이런 (전격 사퇴) 상황은 예상을 못했다”며 “안철수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본인들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것이 기존 정치의 구태와 다르지 않았음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후 9월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새 정치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을 대변해왔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서울시장 후보 양보에 이어 또 한 번의 “통 큰” 양보를 보여준 안 후보의 이번 사퇴 선언에 “정치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의 기존 지지율이 온전히 문재인 후보에게로 옮아갈지는 미지수이기에, 야권 단일화의 파급력을 전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중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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