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여성단체 주최, 안철수 후보와 정책 토크
고용, 폭력, 일ㆍ가정양립 등 여성 현안에 대한 질의 응답

“후보들의 공약이 똑같더라도 5년 후에 우리 삶의 모습은 전혀 다를 것입니다. 가치관과 우선 순위에 따라서 전혀 다른 나라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대선 후보는 삶과 아픔에 대한 이해, 냉철한 공약,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의한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16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회의실에서 안철수 대선 후보가 여성유권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경남여성회, 기독여민회, 살림정치여성행동 등 16개 여성단체가 주최한 이번 토크콘서트는 배우 김여진씨가 진행을 맡았다. 150여명의 유권자가 참석한 토크콘서트에서는 여성유권자들의 ‘불안’을 주제로 여성관련 현안과 안 후보의 여성 공약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Q : 후보님은 요즘 무엇이 가장 불안한가? “출마 이후 첨예한 갈등의 현장에 많이 갔었다. 쌍용차 분향소, 현대자동차 철탑, 강정마을, 30대 어머니들의 모임 등. 말씀을 나누다보면 한결같이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보면서 내가 저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분들을 실망시킬까봐 그것이 제일 불안하다.” Q : 남녀간의 임금 격차가 크다. “여성들의 임금이 남성들의 62% 수준으로 OECD 최고 격차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15위 정도면 다른 지표들도 비슷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여성들의 70% 정도가 중소 영세사업 일자리들이고,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권한과 승진에서는 유리천정에 가로막힌다. 이런 것들이 가슴 무너지는 숫자로 나타난다. 많은 여성들이 중소 영세업체에서 일하니 여성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을 성장시켜 대우가 나아지도록 하면 그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직종에서 대우를 못 받는 것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는 방법이 있다. 밖에서 보면 좋은 기업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그렇지 못한 모습에 대해서 공시를 하면 자구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공기업의 승진할당제도 방법이다.” Q : 직장맘의 경우 일ㆍ가정 양립 문제가 크다. “직장맘이 내 아내 이야기이고, 결혼생활 내내 맞벌이 부부였다. 병원 레지던트 시절에 결혼해서 아이를 가졌는데 직장 눈치를 많이 보고 출산휴가도 절반밖에 쓰질 못했다. 아이 키울 때도 고생을 많이 했다. 한이 많다(웃음). 마련된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권장사안일 뿐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일ㆍ가정 양립은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나 선생님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키운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Q : 후보님도 딸 키우는 아빠이지 않은가? 성폭력 사건들이 점점 극악해지고 있다. 여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성을 소유물이나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생각이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경쟁으로 인해 모든 이가 스트레스에 시달려 범죄율 자체가 높다. 또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해결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폭력 친고죄 폐지다.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도 정교해져야 한다.” Q : 여성을 성적대상과 소유물로 생각하는 뿌리깊은 생각이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평등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성평등 교육이 형식적이지 않나? “회사에서도 교육을 받아보고, 교수일 때도 받는다. 보통 교육 방식이 강당에서 수동적으로 진행된다. 소규모 대화식ㆍ토론식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간 낭비의 요식적인 교육은 안된다.” Q : 집권한다면 여성가족부에 대한 생각은? “여성정책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독립된 행정기관이 확대되고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취업준비생인데 이력서를 쓰다보니 이력서에 가족관계와 동거여부까지 쓰게 되어 있더라. 한부모 가족 친구들은 취업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것 같았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보수적이다. “차기정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격차 해소가 중요한 과제다. 남녀차별, 교육차별, 출신 지역 차별도 있다. 지난 5년간 총량적인 성장에만 집중하고 그 내부에서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차별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회가 지탱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10대 공약부분 중에 차별해소 격차해소가 있다.” 주최측은 1시간여의 질의 응답을 마치고 ‘성평등 8대 과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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