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일센터’가 경력단절 부추기나

새일센터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임신·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취업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설치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부터 여성 일자리 확대를 가장 주력 정책으로 꼽으며 새일센터 인프라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올 초 새일센터를 통해 1년간 여성일자리 13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을 돕는 새일센터 종사자들이 오히려 불안정한 신분으로 퇴직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새일센터를 퇴직한 종사자는 837명에 달한다(누적합계). 이는 현재 100개 기관 재직자 499명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특히 계약 기간이 만료된 종사자도 있지만 비슷한 기관으로 이직한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새일센터에 근무하는 취업설계사 499명 중 계약직 노동자는 435명(87.1%)에 달한다. 새일센터 종사자 10명 중 9명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셈이다. 한 취업설계사는 “새일센터에서 상담업무보다는 행정업무가 많고, 급여도 낮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구직처 발굴 등 새일센터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취업설계사의 임금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종사자나, 여성가족부에서 운영 중인 다른 사업 종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기준 새일센터 취업설계사의 인건비는 157만원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160만원),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195만원), 해바라기아동센터 상담원(207만원) 중에서 가장 낮다. 특히 새일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는 직업상담사보다도 20만원가량 적은 임금을 받는다. 취업설계사는 여성가족부가, 직업상담사는 고용노동부가 인건비를 따로 지원하는 구조때문이다.

하순정 광주새일지원본부 본부장은 “직업상담사는 4대 보험, 퇴직정립금 등이 운영비에서 지원되지만 취업설계사는 인건비에 모두 포함되는 구조여서, 급여 차이로 내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며 “현재 지원되지 않는 센터 운영비를 신설하고, 광역새일지원본부의 역할을 지역 새일센터의 컨트롤 타워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새일센터 종사자들을 면접조사한 서정우 전남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은 “새일센터 종사자들은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낮은 처우로 인해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지정 기관의 성격에 따라 종사자 처우와 역량 강화 교육 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새일센터 지정 시 모 기관이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고, 새일센터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업, 지자체, 여성계를 연결한 지역 네트워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취업설계사 처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출장비 등 명목으로 월 5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며 역량 강화를 위해 신규 교육과 보수 교육 등 다양한 취업설계사 교육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