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옥이네 집은 어디인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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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허은숙 화백
Y는 저만큼 앞에서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는 신호등을 보며 차선을 바꿨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성옥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성옥은 굳어 보였다. 긴장하지 말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어도 소용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괜찮다는 말을 스무 번도 더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성옥은 입을 자물쇠로 채운 듯 말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집을 나설 때부터 괜찮으냐고 묻더니 어머니는 정말 어진 분이냐, 나를 허락하실 건가, 너무 겁이 난다, 무섭다… 아이처럼 보챘다. Y는 겁내지 마라, 성옥이는 어머니와 같이 살 게 아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등 알고 있는 모든 위로의 문장을 말로 했었다. 그런데 성옥은 어느 순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게 더 불안하다는 말이 맞다는 걸 Y는 새삼 실감했다.

“세상 사람 맘이 다 한 가지는 아니니까….”

승용차가 빌라의 경비실을 지났을 때, 성옥이가 쓸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순간 그 하염없는 쓸쓸한 음색에 Y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뭐라고?”

Y가 알아듣지 못한 듯 물었다. 성옥은 두 손을 밧줄 잡듯 움켜잡고 있었다. 그 손 위에 Y의 손이 이불처럼 덮였다. Y는 성옥의 손이 너무 차서 놀랐고, 이내 맘이 아팠다. 내가 무슨 짓을 하지? 차가운 의문이 생겼다. 행복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냉기가 흠칫 망연해졌다. 

“괜찮지?”

그가 다정하고 다정하게 물었다. 성옥은 대답하지 못했다.

“긴장하지 마. 아무 것도 아니야. 다 왔네.”

차의 속도를 줄이며 Y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성옥은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면 안 된다는 주술에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그러나 성옥은 주술보다 더 지독한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쓰나미 같은 서러움이었다. 자신의 손등으로 스며드는 Y의 따뜻한 체온에 감사하려는 순간 서러움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그래도 울면 안 됐다. 하지만 울음 대신 기억하면 안 되는 것들이 현재처럼 떠올랐다. 인민폐 천원을 빌려 구리를 사, 그걸 팔아서 강냉이를 사려고 배낭을 짊어지고 고향땅을 떠난 것, 보위부원에 구리를 빼앗기고, 굶어 죽지 않으려고 압록강을 건너고, 수용소에서 죽을까 되돌아가지 못하고, 죽음 대신 몸이 팔리고, 죽지 않으려고 몽골의 사막을 건너고, 죽지 않으려고 비행기를 탄… 인생. 모두 이팔청춘의 어느 날로부터 비롯한 삶이었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청춘의 나이를 죽음에 등 떠밀려 여기까지 온 운명. 설명할 말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바보처럼 사랑해주는 남자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왜 이리 불안하고 두렵고 무서울까. 성옥은 이 현실이 낯설고 무서웠다. 남한에 와서 북한 여자라는 이유로 받은 멸시와 모욕은 이제 길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세금 내고 사는 우리도 못 가진 아파트를 공짜로 받은 기생충이라고, 돌아가는 성옥의 등에 대고 말하던 동사무소의 직원. 북한 사람은 무섭다, 언제 칼을 꽂을지 모르는 빨갱이들이라고 말하던 버스의 할머니. 탈북자들이 오고 나서 세상이 뒤숭숭해졌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들. 우린 외국인이라고 말한 남혁. 말기 암환자가 되어 죽으려고 돌아간 혜교. 사상 때문에 버려진 부모에 오랜 원한을 품던 언니와 화해한 이모. 그리고 바보 남자 Y.

차가 주차장에 섰다. 시동을 끈 Y가 성옥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 보였다.

“우리 엄마는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이야.”

그가 말했다. 순간 성옥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눈에 물기가 어렸다.

“왜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해요?”

차에서 내리며 성옥이가 쫓기듯 퉁명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Y는 뒷자리에 둔 선물을 꺼내 성옥에게 건넸다. 성옥은 Y를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그가 대답해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궁금해?”

그가 성옥의 손을 잡고 걸음을 떼며 물었다. 성옥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대로 말할까?”

“네!”

“나도 궁금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답이 없더라고. 세상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꽤 있어.”

“뭐가요?”

“내가 왜 우리 엄마한테서 태어났지? 나는 왜 남자지? 왜 한반도에서 태어났지? 뭐 이런 등등.”

“말도 안 돼. 한가한 말장난!”

“정말? 그럼! 이렇게 말해볼까?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해! 같이 살지 않으면 인생이 무의미해지니까. 그것만이 정답이야. 이제 알았어? 멍청이 아가씨야!”

Y는 이렇게 술술 말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위를 돌아보더니 성옥의 입술에 제 입술을 대었다 부리나케 떼었다. 성옥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만 믿어! 넌 남한에 연고가 없잖아. 그러니 날 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니?”

Y는 가볍게 가능하면 더 가벼워지고 싶어서 이렇게 말했다. 성옥이가 그를 쳐다보았다.

“옳습니다!”

성옥이도 함경도식 억양으로 맞받았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건 아니었다. 오래된 정원수에 빌라의 아래층이 모두 가려진 1층의 현관 앞에서 발을 멈춘 때문이었다. Y는 벨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막 내쉬는 성옥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다른 한 손으로 성옥의 손을 잡았다. 긴장해서 눈이 딱딱해 보이는 성옥에게 괜찮아, 이런 웃음을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벨 소리가 문 안에서 아득하게, 그러나 또렷하게 들렸다. 성옥의 가슴이 터지려 했다. 그러나 아직, 이건 시작도 아니라는 걸, 성옥은 짐작할 수 없었다.

“너 왔구나!”

열리는 문보다 말이 먼저 울려 퍼졌다. 성옥에겐 곱게 다림질 된 목소리로 들렸지만 고개를 들어 Y의 어머니를 바라보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옥이라 합니다. 수도 없이 연습해 둔 인사말이 딱딱하게 굳었는지 증발되었는지 생각나지도 않았다.  

“어서 와요!”

성옥의 어머니는 친절하고 담담하고 교만했다. 낯선 사람과의 대면에서 절대로 기죽지 않는 태도는 습관 같았다. 신발을 벗고 있는 성옥을 훑어보며 벌써 인상을 결정짓고 있었다. 촌스럽지는 않은데 시골티는 못 벗었네. 내색하진 않았어도 어머니에겐 이것으로 충분했다.

말이 많아진 건 Y였다. 그는 어머니가 그 사이 십 년은 더 젊어졌다, 집이 좀 바뀐 것 같다, 저 그림은 누가 그린 건가, 성옥씨가 사온 선물인데 엄마 머플러다, 한번 둘러보시라 등등, 곁에서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어머니가 자신의 수다를 무시한 채 성옥을 탁자가 놓인 소파로 안내한 뒤로는 더했다. 소파 위엔 오전에 다녀간 파출부가 마련해 둔 과일이며 과자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파출부는 집안의 결혼식이 있어서 이른 퇴근을 했다.

“중국어를 전공한다고요?”

“네.”

성옥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공은 잘 선택했네요. 중국어가 대세니까.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자식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하고 중국어를 익히게 한다니. 유행이라나.”

어머니가 두서없이 말했다. 그리고 포크로 과일 한 쪽을 찍어 성옥에게 내밀었다. 그걸 받아드는 성옥의 손이 흔들렸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말하며 성옥에게 커피나 녹차, 주스 중 어느 걸 할 것인가 물었다. 성옥은 Y를 쳐다보며 아무거나 좋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하염없이 떨렸다.

Y는 커피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가면서 흠칫 스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오한처럼 섬뜩하고 싫은 느낌이었다. 어머니가 자신이 없는 틈을 만들어 성옥을 괴롭힐 것 같았다.

“아버님은 무슨 일에 종사하시나?”

“돌아가셨습니다.”

“아이구우, 공연히 물어 미안해요. 서울이 집인가요?”

“아닙니다.”

성옥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런 태도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리 촌이라도 사람만 좋으면… 어머니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아들이 모처럼 결혼을 하겠다고 데려온 여자라서 트집부터 잡진 않을 생각이었다.

“저는… 북한 사람입니다.”

성옥이가 말했다. 이 말을 할 때 왜 주눅 들고 왜 죄를 짓는 기분이었는지… 성옥은 두고두고 화가 났다.

어머니는, 성옥의 말을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낯선 표현이었다. 방송에선 더러 그런 표현을 듣거나 보았지만 자신의 거실에서 듣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지금 뭐라고…? 어디라고…?”

어머니가 더듬거렸다. 성옥은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Y를 낳아서 기른 어머니, 세상의 어머니는 다 같으리란 생각을 했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이 생각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밧줄처럼 성옥에게 희망을 주었다.

“제 고향은 함경도입니다. 탈북했습니다.”

성옥은 이렇게 간절하게 말했다. 온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억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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