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우울감으로 병원을 몇 번 찾았던 K를 우연히 만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이 한결 좋아졌다. 궁금했다. K의 답은 의외였다. “글쎄요. 변화가 있다면 공방에 나가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활기를 많이 준 것 같네요.” 생각해보니 그의 우울감은 하기 싫은 일이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 이유가 컸다.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게 그에게는 중요한 욕구였지만 오랫동안 무시한 채 살아온 셈이다. 확실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구를 만듦으로써 숨통을 튼 셈이니 참 다행이다.

언제부터인지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거나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명 ‘DIY(Do It Yourself)족’이다. 인테리어, 집수리, 정원 관리 등 생활 공간을 스스로 꾸미거나 더 나아가 먹을거리, 생활용품, 의류 등을 스스로 재배하거나 만드는 사람들이다. 2011년 한 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30대의 약 20%가 간단한 소품이나 가구 등을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대답했으니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왜 돈만 내면 시간 절약하고 더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고생을 자처하는 것일까. 물론 불황으로 돈을 아끼거나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기에 직접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즉 ‘내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가꾸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만족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쟁적이고 파편화되고 반복적인 삶 속에서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자신의 존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DIY란 서툴더라도 나만의 것을 만듦으로써 ‘나’라는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고, 끌려가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려는 자율성의 표현인 셈이다. 한마디로 DIY 트렌드는 현대인들의 ‘거세된 자율성’에 대한 자기 해법이며, ‘자기 상실’에 대한 자기 치유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잠을 잘 못 자고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치고 점점 병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느끼길 원한다. 그러므로 자율성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사람들은 점점 불만이 쌓이고 결국 병들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당근과 채찍에 길들여졌지만 본래 사람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럴 힘이 내재돼 있다. 야성이 거세된 개도 밤이 되면 흰 이빨을 번득거리고, 얌전한 고양이도 한 번씩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가!

우리 안에도 거세되지 않고 남아 있는 태생적인 자율성이 있다. 당신의 삶이 답답하거나 우울하다면 이제 잠자고 있는 자율성을 깨워야 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찍어낸 기성복과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잘 맞는 맞춤복 같은 인생으로 나아가야 함을 당신의 삶이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DIY 인생으로 나아가자. 자율성이 회복될 때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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