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 위한 40년 봉사 인정받아”
“43년 이상 봉사만 하다 보니 스스로를 낮추는 데에만 익숙해 있었어요. 작위를 받자 말레이시아에서 만나는 누구든지 ‘다투 변주선’이라 칭하며 경의를 표해 이전에 받았던 상과는 다른 감동을 받았어요. 앞으로도 더 큰 봉사로 더 많은 희생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죠.”
작위를 받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변 회장은 24일 시상식에 앞선 23일 하루를 꼬박 리허설에 매진해야 했다. 말레이시아의 왕궁에서 수여식이 진행돼 말레이시아의 경제, 문화, 예술, 사회봉사에 대해 배우고 하얀 신을 신지 않고, 긴 옷을 입어 다리를 드러내지 않는 등 왕 앞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익혀야 했던 것.
그의 이번 작위 수여에 가장 큰 힘이 된 이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걸스카우트를 지원하기 위해 13년째 변 회장과 함께 활동하는 파항주 아지자(Azizah) 세자비였다. 변 회장이 그동안 세계 젊은 여성과 소녀들의 국제적 지도력 향상을 위해 애쓴 시간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세자비가 변 회장의 공을 말레이시아 왕실에 알린 것이다.
변 회장이 봉사활동의 길을 걷게 된 때는 1971년이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7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던 그는 외과 의사였던 남편이 병원을 개원하며 병원 일을 돕다 학교를 떠나게 됐다. “병원일에 매진하던 어느 날 남편이 제가 배운 것들이 너무 아깝다며 다시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를 권했어요. 지인의 추천으로 찾게 된 곳이 걸스카우트였죠.”
그 길로 그는 40여 년을 달려왔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걸스카우트 아태지역 의장을 역임하면서 분쟁지역에서 평화의 주머니 보내기 캠페인을 펼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체계적인 청소년 지원을 위해 아태지역 후원회를 창설했다. 또 유엔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해 대한민국 아동총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아동의 권리 증진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국민훈장 동백장, 1998년 걸스카우트 최고훈장 ‘금장’, 2001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2005년 세계 걸스카우트연맹 브론즈 메달(Bronze Medal), 2009년 비추미 여성대상 해리상, 올해 유관순상 등을 수상했다.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변 회장은 소녀들의 직업 능력을 길러주는 일에 힘쓰고 있다. “소녀들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보다 그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능을 가르쳐주는 것을 굉장히 큰 보람으로 느끼고 이를 위한 기금 모금에 힘쓰고 있어요.”
또 국내 아동들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아동 관련 단체들과 함께 새 정부에 정책을 제안했다. 아동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아동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안전 보장, 빈곤 위기 아동의 지원 확대,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체계의 확립 등 아동 관련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변 회장은 “아동이 제대로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여성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