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유럽 정통 무대를 빛낸 최정상 성악가 한자리에
베세토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강화자(사진) 단장은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주옥 같은 아리아가 가득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이라며 “특히 이번 무대는 귀족사회에 대한 분노로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리골레토의 고뇌와 함께, 천한 삶을 살지만 딸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잃지 않는 부성애를 강조하겠다. 원작 본연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베세토만의 매력을 갖춘 리골레토를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오페라 ‘리골레토’는 프랑스 낭만주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일락의 왕’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꼽추이자 궁정광대인 리골레토는 젊은 공작의 호색적인 성격을 부추겨 궁정 귀족들의 부인이나 딸을 농락하게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악인으로, 숨겨두고 곱게 기르던 자신의 딸을 운명의 장난으로 잃게 된다.
한국 오페라의 여성 연출가 시대를 연 강 단장은 직접 연출과 총 예술감독을 맡아 유럽 오페라계의 거장 마에스트로 마르코 발데리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그는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여러 걸작 가운데서도 가장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봉건사회는 끝났지만 문란한 성문화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현대사회에서도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비극적인 캐릭터의 리골레토 역에는 한국과 이탈리아 최고의 베테랑 리골레토 전문 오페라 가수가 더블 캐스팅돼 화제다. 베르디, 파비아, 다마스쿠스 등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의 주역을 두루 거친 이탈리아 최고의 바리톤 스테파노 메오가 내한했고,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에서 리골레토 역을 경험한 박정민씨가 함께 막바지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럽 최고 극장 주역 소프라노 파트리지아 잔나르디와 3옥타브를 넘나드는 소프라노 김희정이 질다 역을 맡고, 한국이 낳은 세계 정상급 성악가인 테너 박기천과 김기선, 베이스 함석헌 등이 출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강 단장은 관객들에게 “작품에는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과 같이 친숙한 아리아도 많고, 왈츠와 미뉴에트 등 무용적인 요소도 강조해 시각적인 재미도 줬다”며 “오페라를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연극에 노래를 붙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봐 달라”고 전했다.
15년 이상 민간 오페라단을 이끌며 오페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강 단장은 오페라 한류를 위해 뛸 계획이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에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현제명 선생의 창작 오페라 ‘춘향전’을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사실 한국의 클래식 음악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K팝에 이어 클래식과 오페라로 한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