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옥이네 집은 어디인가 (1)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그림 /허은숙 화백
Y는 하루를 기다렸다. 내내 둥둥 떠서 살았다. 신비한 경지 같았다. 잠자리에서 행복이라거나 운명 같은 단어를 떠올리고 음미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어 이틀이 가고 사흘, 나흘이 지났을 땐 48시간 전에 느꼈던 신비한 운명의 느낌은 거의 사라졌다. 일주일이 지났을 땐 운명, 행복 따위를 의심했고 그런 것의 잿더미에 서있는 기분에 젖었다. 하지만 태풍 같은 감정의 파도는 아직 견딜 만했다.

그는 시시각각으로 휴대폰을 만지며, 혹은 책상이나 탁자, 침대 위에 놓인 휴대폰을 멀거니, 혹은 뚫어지게 쏘아보며 성옥을 생각했다. 전화를 걸 수는 없다고,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버스에 오르는 성옥을 배웅하며 마지막으로 한 말이 떠오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성옥아. 난 준비됐어. 너의 선택만 남았어. 전화 기다린다! 뜨겁지만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었다. 성옥은 버스에 오르며 흘깃 그를 돌아보았다. 그때 Y는 성옥이가 행복하게 웃음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표정이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정말 미소 지었던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신기루였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자신의 갈망과 확신과 오만이 극에 이르러 성옥이가 반대하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믿었던 건 아닐까, 얼핏 반성도 했다. 성옥은 3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그사이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수복지구 기념관 설계도면은 최종 보고회를 거쳐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그의 설계도에 만족한 건 양양군의 관계자들만은 아니었다. 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Y의 건축가로서의 성장을 칭찬했다. 그런 칭찬을 들을 때 Y는 성옥을 떠올렸다. 성옥이가 아니었으면 도면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Y는 이제 행복한 운명을 상상하지 않기로 최면을 걸었다. 그는 다시 외로운 건축가, 쓸쓸한 독신 남자, 영화를 보러 다니고 음악을 듣고 고궁을 혼자 걸으며 공간을 생각하는 남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가장 구체적인 타인이라는 생각도 했다. 성욕이 없다면, 성욕에 이르도록 하는 감미로움이 없다면 여자는 없어도 괜찮다는 과격한 결론까지 치닫기도 했다.

하지만 술이 취해서, 혹은 혼곤히 잠이 들 때, 그는 그 밤을 다시 떠올렸다.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우린 아무래도 같이 살아야겠다.”

격렬한 혼연일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그가 등을 돌린 성옥을 부둥켜안으며 말했다. 순간 성옥의 몸이 식초에 빠뜨린 해삼처럼 굳었는데 그는 느끼지 못했다. 그저 성옥이가 숨소리를 죽인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말에 긴장한다고 생각했다.

“널 기다리는 게 너무 신경 쓰여. 헤어지는 것도 불편하고. 이게 무슨 증상인지 알아?”

그가 물었다. 성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굳었던 몸이 조금씩 누그러지긴 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모르게 그랬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몇 소절이었다. 어떤 상태일 때 그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이거 무슨 노래예요?”

성옥이가 물었다.

“으응?”

그가 반문했다. 하지만 곧 알아차렸다.

“좋아?”

그가 물었다. 성옥이가 몸을 뒤쳐서 그와 마주 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피하고 자신의 가슴이 그에게 닿을세라 한껏 구부려 뒤로 뺐다. Y는 노래를 불러줬다. …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위로 오르는 길이 있네. 그곳엔 언젠가 자장가를 듣던 곳이 있다네.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푸른 하늘이 있는 곳. 감히 꿈도 꾸지 못한 꿈들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네….

“가보고 싶어요.”

성옥이가 나직하게 말했다.

“이건 영화 주제가야.”

그가 반발하듯 말했다.

“그래도 가보고 싶어요. 자장가를 듣던 곳이니까요.”

성옥이가 말했다. 듣던 곳 이 니 까 요,는 느리게 이어졌다. Y는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았다. 내가 자장가를 불러준다거나 그런 곳을 만들자거나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첫사랑이라고 기억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라면 무슨 말이라도, 어떤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Y가 성옥이의 울음을 알아차린 건 1분쯤 지나서였다. 성옥의 몸이 조금씩 흔들리고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참혹한 감정이 그에게로 스며들었다.

“난 뭐죠?”

성옥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내 인생이 왜 결딴난 거죠?”

“자장가를 듣던 곳, 꿈을 꾸던 곳으로 왜 갈 수 없어요?”

“여기서는 멸시받고 저기서는 반역자로… 누가 만들었어요?”

Y는 성옥이가 흐느끼며 뱉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성옥의 구부러진 등허리를 쓰다듬고 토닥이고 보듬었다. 그런 것밖에 달리 해 줄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여기서 멸시받는 건 그가 감당해 본다 하여도 저기서의 반역자는 어떡해도 해결이 불가능했다. 그건 남쪽의 친구나 연인이나 남편의 자격으론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두 사람의 알몸은 어느 부분은 붙고 어느 부분은 벌어졌으되 그 간격엔 주먹 하나가 들락거릴 만큼만이었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은 아주 멀리 흘러서 벌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곤 하였다.

“저도 같이 지내고 싶어요. 저를 사랑해 주는 거 잘 알아요. 너무 고맙고 과분해서 이 현실이 거짓말 같고… 심지어 죄를 짓는 기분마저 들어요.”

한참을 울고 나서 성옥이가 목멘 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감당할 수 있어.”

그가 말했다.

“같이 살면 돼. 우리 집으로 와. 같이 살자. 너 하난데.”

그가 다시 말했다. 힘차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때 성옥이가 ‘너 하나’에서 숨이 막히는 걸 그는 상상도 못 했다. 갈 수 없는 어머니의 땅에서 어머니가 반역자 딸로부터 돈이 오기를 목 빼고 기다린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 고뇌하는 걸 Y는 짐작도 못 했다. 어머니의 땅에서 마지막으로 간직한 추억의 사진은 아사(餓死)였다. 남루한 장거리에서 야윈 늙은 몸을 이끌고 구걸하던 할머니는 거기서 쓰러져 숨을 거뒀다. 전선을 잘라 구리를 뽑아 옥수수 가루라도 사려던 삼촌은 전신주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들을 잡아 삶아 먹으려던 이웃집 의사 아저씨는 정신병원에 보내졌다. 일주일을 굶고도 어머니는 끼니때가 되면 부엌에 나가 빈 솥이며 그릇들을 만지작거렸다. 그 환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어머니는 반역의 땅으로 넘어간 민족의 배신자 딸로부터 돈이 오기를 바랐다.

“혹시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롭게 북한으로 갈 날이 올지 누가 알아?”

Y가 말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 혹은 위로, 어쩌면 희망이었다. 그리고 말을 하고나자, 그게 뭐 어려운가? 이런 근거 없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의 표정은 행복감으로 탱탱해졌다. 

“아이들… 요?”

성옥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외국어를 듣는 사람의 곤혹스런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남남북녀의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생각해 봐. 근사하지?”

그가 말했다. 여전히 탱탱했다. 그리고 곧장 이어서 말했다.

“행복하게 해 줄게. 우린 행복할 수 있어.”

“행, 복.”

성옥이가 말 배우는 아이처럼 단음절로 끊어서 중얼거렸다.

“아이를 낳자. 잘 길러보자. 둘 정도. 하나도 좋아!”

그가 말했다. 성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눈길을 피했다. 얼른 일어나 옷을 입으며 사실을 고백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옷을 다 입고 났을 때 그 맘이 사라졌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황량한 표정의 여자와 마주 서서 그 여자를 생각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변두리 병원. 마취도 하지 않고 아이 집을 휘저어 4개월을 넘긴 아이를 뜯어낸 일. 의사는 임신이 불가능할지 모른다고, 책망하듯 말했었다. 어떤 조선족 사내, 어떤 한족 사내의 정자가 섞였을지, 성옥은 더듬어보지 않았다. 아이를 낳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하지도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고민할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성옥은 Y가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할 때쯤 그에게로 왔다. 그가 성옥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성옥은 그의 팔을 잡아 침대 위로 가지런히 놓았다. Y는 불현듯 성옥의 침착함이 맘에 걸려 성옥을 살폈다.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성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Y는 성옥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을 보며 무언가 할 말이 더 있구나, 말하지 못하는 게 있구나, 말해야 할 것이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러나 성옥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성옥을 배웅한다고 지하철역까지 따라온 그에게 성옥은 끝끝내 침묵했다. Y는 초조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죄송해요.”

헤어지기 직전에 성옥이가 급히 말했다.

“괜찮아. 행복할 거야.”

Y가 뜨거운 목소리로 힘차게 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