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출 청소녀 1만7000명… 쉼터는 태부족
“가해 부모 친권 내세우며 막무가내 쉼터 방문도”

 

11일 오후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출 청소녀 전용 쉼터인 ‘꿈꾸는 드롭인센터’에서 10대 청소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4시간 자율 운영되는 센터는 식사와 의료서비스, 성매매예방교육 등을 지원한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11일 오후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출 청소녀 전용 쉼터인 ‘꿈꾸는 드롭인센터’에서 10대 청소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4시간 자율 운영되는 센터는 식사와 의료서비스, 성매매예방교육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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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가정폭력으로 집에서 도망친 ‘탈출형 가출’ 청소년들이 늘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크게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가해 부모들이 쉼터에 피신한 자녀에게 친권을 내세우며 막무가내로 방문해도 쉼터가 법적 권한이 없어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열여덟 살인 세영(가명)양은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가출해 수년간 쉼터와 거리 생활을 반복했다. 세영양은 “통금 시간이 오후 7시30분인데 1분이라도 늦으면 마구 때렸다. 아빠가 밖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으면 집에 돌아와 날 때리며 화풀이했다”며 “그냥 피하고 싶다. 나중에 성공하면 아빠 앞에 나타나 아빠를 꼽출(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가출 청소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2011년 경찰청에 신고 접수된 만 9〜19세 가출 청소년은 2007년 1만8000여 명에서 2011년 2만9000여 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가출 청소녀는 1만7000여 명으로 2007년 1만여 명에서 66% 늘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강 의원은 “청소년들의 가출 사유를 보면 부모와의 갈등이 가장 많았다”며 “가정 내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할 곳이 부족하다. 정부가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상담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쉼터 관계자들은 10년 전보다 탈출형 가출이 확연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쉼터 관계자는 “이혼·재혼 가정이나 조손 가정의 학대와 방임 등으로 집 밖으로 나오는 청소년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 빈곤 가정에서 부모의 음주 후 폭력으로 쉼터로 피신하는 아이들도 증가 추세”라고 전했다.

김현주 울산여성청소년쉼터 소장은 “단기 쉼터인 이곳에 오는 청소년들의 80%가 가정폭력 피해자다. 아이의 머리와 얼굴을 닥치는 대로 때리거나 발로 차고, 음주 후 폭력을 일삼으면서도 자녀 교육상 한두 대 때린 게 뭐가 문제냐고 따지는 부모들도 있다”며 “친족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녀가 쉼터로 탈출하자 아버지가 친권을 주장하며 데려가겠다고 온 적도 있다. 가해 부모가 막무가내로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쉼터에서 친권을 앞세우는 가해 부모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가해 부모가 “아이를 내놓지 않으면 불을 지르겠다”며 쉼터 관계자들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가해 부모를 피해 쉼터에 온 아이들은 집에 돌아간 뒤 이전보다 더 심한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은녕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장은 “가정폭력을 피해 쉼터에 온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해도 친권이 있는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 쉼터가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아동복지시설의 시설장처럼 후견인으로 법적 보호자나 권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리를 떠도는 가출 청소년들은 범죄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출팸’(가출과 패밀리의 합성어)이 성범죄의 온상이 되는데도 돌봄 공백이 여전히 넓어 이를 보완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은 전국의 쉼터에서 가출 청소년의 10%도 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 가출 청소년을 일시 쉼터에 오게 하고, 쉼터를 통해 이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순태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은 “쉼터 운영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이동 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쉼터에 오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찾아가는 거리상담 지원활동을 활성화해 학교·사회로 복귀하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출이 임신과 출산, 성폭력 등으로 이어지는 청소녀들에게 젠더를 고려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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