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프랑코포니, 프랑스 현대연극의 정수 공연

 

다소 난해할 수 있었던 극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섬세한 감성의 여성 연극인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의 연출 카티 라팽(아래 왼쪽)과 극단 프랑코포니의 임혜경(오른쪽) 대표가 출연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다소 난해할 수 있었던 극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섬세한 감성의 여성 연극인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의 연출 카티 라팽(아래 왼쪽)과 극단 프랑코포니의 임혜경(오른쪽) 대표가 출연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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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항상 하듯이, 늘 그렇게 했듯이, 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 서서히 내려가 우리 집에서 멀어져 가는 전원 풍경을 숲을 돌아 사라지는 길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지, 저기.”

무대가 서서히 밝아지자 한 여자가 긴 독백을 시작한다. 묵직한 저음으로 한줄 한줄 읽어내려 가는 대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여겨진다.

한국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프랑스 현대연극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작품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의 한 장면이다. 지난 9월 25일 오후, 공연 준비에 한창인 무대 뒤를 찾아갔다. 작품은 지난 3월 대학로 게릴라 극장 초연 시 평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얻어, 현재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2012국립극장페스티벌’에 초청돼 10월 7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극단 프랑코포니를 이끌고 있는 임혜경 숙명여대 교수에 의해 소개됐다. 1990년대 중반 프랑스 파리에서 낭독공연으로 이 작품을 처음 만난 임 교수는 2004년 이 작품을 희곡 낭독공연 대상 작품으로 번역했다. 그는 “전통적인 희곡 문법과도 완전히 다르고, 지문도 거의 없는 작품이라 번역이 많이 어려웠다”며 “희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독백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해 혼자 하는 말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밝혔다. 장-뤽 라갸르스 원작으로 현재 33개 국어로 번역됐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할머니, 어머니, 세 자매로 추정되는 다섯 여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아버지와의 격렬한 다툼 끝에 오래전에 집을 떠난 아들(남동생)을 기다리느라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 각자 자신의 방식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연출을 맡은 카티 라팽 한국외대 불어과 교수는 “단순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볼 수 없다. 여성 인물들은 각자의 삶에서 특정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한 인물의 일대기를 여러 배우가 연기한 듯한 인상도 준다. 다만 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기다렸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하고,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희망한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배우들은 언어 중심의 낯설고 모호한 희곡을 연기하느라 “고시 공부하듯 연습했다”고 입을 모았다. 20여 년의 국립극단 활동을 최근 마감했지만 70의 나이가 무색하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승옥씨는 작품의 맏언니다. 현재 한국여성연극협회를 이끌고 있기도 한 그는 “각기 다른 연령과 매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등장하는 연극은 흔하지 않다”며 “배우로서 연기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나는 물론이고 후배들도 오로지 역할을 잘 소화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고 전했다.

해석이 어려운 작품인 만큼, 배우의 창의력과 역할이 더 부각되기도 했다. 작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닫는 것은 장녀 캐릭터의 몫이다. 초연에서 차녀역을 맡았다가 이번에 장녀역을 소화한 배우 문형주씨는 “장녀는 ‘딸들의 대열에서 노인네의 대열로’ 들어가는 중간자적 입장이다. 연습실에서도 역할을 따라가는지, 상대방을 살피고 보게 되더라”고 전했다. 차녀 역의 김혜영씨도 “해석의 충돌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든든한 여성 동지들이 생겼다. 우리가 치열하게 맞춘 호흡으로 완성된 앙상블이 무대에서도 드러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어머니 역의 이정미씨는 “배우로서 도전이라고 생각될 만큼 어려운 작품이지만, 삶과 밀착되는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낳고 다시 연극에 복귀하기까지의 시간 등 꿈을 위해 기다려온 시간들을 회상하게 해 뜻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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