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범죄는 빙산의 일각… 일상의 여성폭력 주목해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대한민국 여성, 불안을 말하다- 절망범죄와 여성폭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성계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구조적 벽에 가로막혀 절망하고 좌절하며 분노한다”며 “최근의 절망범죄에는 생존 욕구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된 사람들의 분노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성 중심의 위계질서가 공고화된 사회일수록 여성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에서 배제되고 권력관계에서 소외된 남성일수록 과도한 남성성의 발현을 통해 남자다움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 ‘사내다움을 실현하려는 폭력’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절망범죄에 대한 언론의 과잉된 관심과 호들갑이 ‘여성폭력은 갑작스럽게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춘숙 여성연합 인권위원장은 “우리 현실에선 이웃집 아저씨, 남편, 아버지에 의한 여성폭력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며 “가정폭력, 근친성폭력, 아내폭력 등 일상적인 여성폭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성범죄 전과자의 인터넷 사용이나 여행, 주거지 등을 제한하지 않는 것은 외국의 성범죄자 관리 사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화학적 거세에 대해선 “매년 연간 2만 건의 성범죄가 발생하는데 주사 한 대 맞는다고 효과가 나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중곡동 주부 성폭행·살인사건의 범인 서진환의 자유를 위해 가정주부 목숨이 필요했다”며 보호수용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패널로 나온 이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아동학대 사건을 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아동 포르노물을 열람만 해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진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는 “반복적으로 범죄가 발생하는 곳은 서민 밀집 주거지역으로 기반 시설이 노후하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라며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가 범죄 취약환경의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