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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 건 좀 아는 40대 아줌마다. 결혼 전에는 연애도 웬만큼 해봤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적당히 관심을 갖고 있고, 책·공연·TV 등 좋아하는  문화생활도 좀 즐기는, 평범하지만 나름 생각도 좀 있는 아줌마다.

요즘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어봤다. 얼마나 야한지, 얼마나 좋은지 도대체 궁금했다. 그래서 읽어봤더니 “방 안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끼리의 일일 뿐”이라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닌 그저 섹스’는 약간의 지루함과 거북함, 그리고 많이 야했다.

‘저렇게 잘생기면 법에 걸리지 않나’ 할 정도로 조각 같은 외모에 돈도 넘칠 정도로 많고 게다가 젊기까지 한 주인공 그레이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처녀성’을 간직한 순진한 아나스타샤(아나)를 전혀 개연성 없는 첫 만남서부터 제대로 알아보는 선수다. 아나는 그레이로부터 BDSM(Bondage·Ddiscipline·Sadomasochism 결박·훈육·사도마조히즘)의 가학·피학적인 관계를 통해 첫경험서부터 “폭발적인 오르가슴과 맛있는 섹스”에 길들여진다. 아나는 점점 더 음란해지고 쾌락을 즐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섹스와 오르가슴을 느끼는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 그레이가 아닌 아나라는 것이다. 여타의 할리퀸 로맨스라 불리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달리 표면적으로는 모든 결정권이 아나에게 있다. 주인공의 관계 설정을 위한 계약서에 최종 합의하는 것과 섹스에 동의하는 것, 그레이를 떠날 수 있는 결정도 모두 아나에게 있다. 그러나 섹스를 무기로 공격해오는 그레이를 아나는 점점 더 “매춘부의 속바지처럼 헤퍼질 뿐” 떠나지 못하고 흔들린다.

분명 로맨스 소설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번도 고등학교 때 책상 서랍에 몰래 감춰두고 수업시간에 흘끔흘끔 읽던 하이틴 로맨스만큼 가슴 쿵쾅거리는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했다. 사랑이 빠진 섹스는 아나가 “절정을 느끼고 또 느꼈으며, 그의 몸 아래서 산산이 부서지는” 오르가슴을 느꼈어도 통팥 없는 단팥빵처럼 퍽퍽하고 건조했다.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이 소설의 말초적인 쾌락은 타인의 은밀한 행위를 엿보는 긴장감보다는 포장된 강제와 폭력성으로 거북하고 불편했다. 그레이가 자신이 BDSM이 된 15세의 첫경험을 아동성폭력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설득당하지 않는다. 더구나 아동성폭력, 친족성폭력, 데이트성폭력으로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한민국에 사는 아줌마에겐 안타깝게도 ‘섹스 판타지’마저도 짜릿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이 소설의 안타까움과 가능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아나의 내면에 있다. 아나는 자신처럼 그레이가 “사랑받고 싶고 소중히 여겨지고 싶은 충동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나의 이런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이 소설의 결말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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