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관련 형법 개정안 발의
“이번 국회서 법안 통과시켜야”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형법 개정안 통과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를 해야 기소할 수 있는 범죄다. 현재 친족, 13세 미만 여자 어린이, 장애인 등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여전히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지를 가지고 고소해야 수사가 시작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등도 여전히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친고죄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와 합의만 되면 없었던 일이 된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끈질기게 회유하고 심한 경우 스토킹과 협박까지 일삼는다. 국내 성범죄 신고율이 10% 안팎에 머무르는 데도 친고죄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강간·강간미수 사건의 경찰 신고율은 12.3%(2010 여성가족부)에 불과하다.  신고를 해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더욱 적다. 친고죄 탓에 처벌을 피해가는 범죄자도 많다는 방증이다. 친고죄 존치를 주장하는 쪽은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논거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사실상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되레 피해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계는 오래전부터 친고죄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2007년에 이어 2011년 한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심의에서 친고죄 조항과 이로 인한 낮은 기소율과 유죄 선고율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친고죄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형법 및 관련 법률의 검토와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다행히 최근 정당과 법무부에서도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야는 최근 친고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8월 6일 유승희 의원 외 33명의 의원이, 같은 달 13일에는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외 12명의 의원이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친고죄 존치를 주장해온 법무부도 10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친고죄 조항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친고죄 폐지에 힘을 실었다.

여야의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도 환영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가해자 처벌과 이를 통한 재범 방지는 형사사법체계의 역할이자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을 존속시킴으로써 그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가해자 처벌의 책임과 부담을 피해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일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각 당이 협력하여 친고죄 전면폐지안을 통과시키고 이후 변화될 수사재판절차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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