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박근혜 후보와
‘여성 리더십’ 둘러싼 한판승부 해야 할 것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는 대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불출마보다 출마에 비중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안 원장의 이런 전략적 행보는 추석 민심을 잡고 야권과의 단일화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안 원장은 고유의 ‘타이밍 정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위협 요인을 제거했다. 가령, 지난 6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새누리당 대선 불출마 협박’ 기자회견 역시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졌다. 이 기자회견을 통해 안 원장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적어도 세 가지 정치적 효과를 얻었다. 우선, 향후 안 원장을 향해 몰아칠 네거티브 공작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는 효과다.

안 원장은 최근 ‘재개발 지역 딱지 구입’ ‘전세살이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스톡옵션·거수기 논란’ 등의 악재들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을 취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향후 이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것은 후보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안철수 때리기’로 몰고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둘째,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대선 구도를 ‘박근혜 대 안철수’로 각인시키는 효과다.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민주당 경선의 하이라이트인 광주·전남 경선이 있던 날 오후에 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호남 지역에서 예상 밖의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획득했지만 그 다음 날 언론 보도는 온통 ‘불출마 협박’ 기사로 채워졌다.

셋째, 안철수 교수가 출마해야 할 명분 쌓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새누리당)의 집권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이다”면서 상식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출마가 공작정치, 협박정치와 같이 비상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안 원장의 이런 타이밍의 정치가 자신을 향한 의혹을 잠재우고 민주당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는 있었지만 언제나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 이후 안 원장의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야권 단일 후보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39.5%로 안 원장(37.1%)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안 원장 측의 ‘불출마 종용·협박 의혹’ 폭로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안 원장의 행보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절묘한 타이밍의 정치를 통해 상황을 주도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경쟁 상대인 박근혜 후보와 ‘여성 리더십’을 둘러싸고 한판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8월 27일)에 따르면, 가상 대결 구도에서 박 후보 대 안 원장의 지지율은 각각 47.7% 대 45.7%였다. 그런데 젠더별 후보 지지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의 경우, 안 원장 지지가 박 후보보다 5.9%포인트 많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반대로 박 후보의 지지가 안 원장보다 10.0%포인트 앞섰다. 주목해야 할 것은 주부층에서 박 후보(62.5%)가 안 원장(32.5%)을 30.0%포인트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젠더별 지지 강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층의 62.1%가 ‘계속 지지할 것이다’고 응답한 반면 안 원장을 지지하는 여성층에서는 그 비율이 49.2%에 불과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갖는 함의는 양면적이다. 여성층에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무너지면 전세가 완전히 역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안 원장이 승리하려면 여성층의 지지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안 원장은 여성 특유의 순수함, 섬세함, 포용력, 청렴성, 도덕성, 공공성, 배려 등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기반한 여성 리더십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여성 유권자층에게 지시와 통제에 입각한 근육질 리더십에 대비되는 관계 중심적이고 배려적인 리더십을 보여 여성의 마음에 불을 질러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여성 친화적 어젠다를 주도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 문을 힘차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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