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직업 가진 ‘워킹맘’이 전업주부보다 건강
반면 직장 만족 못 하면 당뇨병 걸릴 확률 높아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과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중 어느 쪽이 건강할까. 워킹맘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워킹맘의 건강에 대한 두 편의 연구보고서가 최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애크런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연구진은 지난 8월 19일(현지시간) 미국사회학회 연례회의에서 “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워킹맘이 전업주부나 시간제로 일하는 주부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78년부터 1995년 사이에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254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일찍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이후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출산 직후 직장에 복귀한 여성은 40세가 됐을 때 신체 기동성이 좋고 에너지가 충만하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적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아드리안 프레치 애크런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은 여성에게 목표의식과 성취감, 통제력과 자율성을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급여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집에 머물러 있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경제적으로 의존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40대에 건강이 가장 좋지 않은 집단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중단하게 되어 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는 여성을 꼽았다. 직장이 불안정한 이들이 계속되는 구직 활동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악영항을 끼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첫아이를 가지기 전에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되면 나중에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불가피하게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직장 경력이 없으면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다”면서 “일과 학업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직장 여성들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발표됐다. 캐나다의 노동건강연구소(IWH)와 임상평가과학연구소(ICES)는 ‘산업의학저널’ 최근호에서 “자신의 일에 대해 통제권을 가지지 못한 직장 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에 만족하는 여성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배 높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거주하는 7443명의 당뇨병 이력이 없는 직장 여성을 대상으로 9년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기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여성의 19%는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로 인해 당뇨병에 걸리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만에 이은 두 번째 당뇨병 발병 요인으로 흡연, 음주, 신체활동 부족보다 심각한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은 지방과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이러한 상황은 남성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성들은 직장 내 스트레스를 여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두 편의 보고서 내용이 ‘직장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터넷 여성 뉴스 ‘제제벨’은 첫 번째 보고서에 대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실직은 스트레스이며 일은 보상이 되는 것”이라며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상식적인 것으로 특정 타입의 엄마들이 다른 타입에 비해 더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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