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에서 시달리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이 소설과 연극 등 문화로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연극 ‘일곱집매’는 단순히 기지촌 할머니들의 과거 이야기만 나열하지는 않는다.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독거노인’이 된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과 주변인들의 일상을 통해 기지촌 여성에게 가해진 부조리한 사회적 억압을 고발한다.
공연은 안정리에서 10년째 기지촌 여성들을 돌보고 있는 ㈔햇살사회복지회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지난 3년간 이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극작가 겸 연출가 이양구(극단 해인 대표)씨가 대본을 쓰고, 문삼화(공상집단 뚱딴지 대표)씨가 연출을 맡았다.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원장은 “기지촌의 할머니들은 정부와 가족의 외면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지만, ‘양공주’ ‘양색시’라 불리며 손가락질 당하면서 자존감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극을 통해 할머니들이 죄의식에서 벗어나 당당히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끔은 어른들도 의지할 데를 찾아 아이들의 손을 잡는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아빠의 손길을 뿌리쳤을 때, 그 커다란 몸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휘청거렸던 것도 기억한다.”(본문 중에서)
주인공 선희는 미군기지 주변 쇠락한 마을에서 자란다. 사람들은 마을을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이름을 따 ‘리틀 시카고’라 부른다. 사랑과 사람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선희의 눈과 가슴은 때로 천진한 아이의 것이었다가, 어른의 것이었다가, 엄마의 것이었다가, 때로 여자의 것이 되기도 한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 등 또래보다 특별하고 속이 깊었던 주인공들의 계보를 잇는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 동안 기지촌 클럽에 위장취업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인간은 실패가 아니고 위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