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으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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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허은숙 화백
Y는 요즘, 고민 있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어디 아프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점심 때 직원 회식이 있었던 노부가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서비스로 모시조개탕을 들고 온 지배인이 정색하고, 어디 아팠어요? 한참 못 본 것 같은데, 하였다. 동행들은 지배인의 말에 의아해하거나, Y를 새삼스런 눈길로 바라보거나 했다. 좀 야위긴 했어. 혹시 우리 모르게 실연한 건 아니에요? 직원들이 유쾌하게 물었다. 그도 그 순간은 유쾌했다.

“아, 실연 그거 좋네!”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 크게 웃었다. 하지만 음식은 맛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먹는데 그는 반 그릇을 겨우 비웠다.

“왜 그렇게 식사를 못 하세요?”

누가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마셨나?”

그가 남 말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식당을 나와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그는 어젯밤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요즘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사무실에 늦도록 있다가 집에 돌아가면 습관처럼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보았다. 대부분 북한 관련 영상들이었다. 배가 고파서 미쳐버린 어머니가 아들을 개로 보아서 삶아 먹는, 참상의 영화는 탈북한 사람이 연출한 것이었다. 언젠가 성옥에게서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했다. 같은 반에 사는 남자가 어린 아들을 묶어놓고 솥에 물을 끓이며 칼을 갈다가 이웃집에 들켰다고. 누구랄 것 없이 쌀 한 톨 없는 하모니카 주택에서 칼 가는 소리를 들은 이웃의 부인이 이상해서 들여다보았더니 그런 광경이더라고. 무엇하세요? 부인이 물었더란다.  배가 고파 저 아이를 잡아먹을 거라고… 했단다. 장사하러 집을 나간 부인은 돌아오지 않고 아이와 함께 굶은 지 오래 된 아버지는 정신과병원의 의사라고 했다. 이웃의 신고로 아버지는 잡혀갔고 아들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성옥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었다. 그때, Y는 무언가 혐오스런 기분을 느꼈는데 그것이 성옥의 과거 경험에 대해선지, 자기 자신에 대해선지,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선지 불명확한 채 그저 넌더리가 났었다.

이즈음 그가 그랬다. 그는 그저 넌더리가 났다. 넌더리를 나게 하는 주체가 무엇인지 모른 채 그는 그런 기분에 사로잡히고 시달리고 휘둘렸다. 지상파 3사에서 만들어 방영했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도 보고 사망하기 얼만 전에 녹화되었던 황장엽의 인터뷰도 보았다. 그의 말 중에 김정일의 사생활은 뭐라고 말할 게 없지만 그가 독재에 능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고, 그런 의미의 말을 했던 것도 Y가 기억하는 두서없는 것들 중의 하나였다.

어젯밤 그는 집안에 여기저기 던져졌거나 쌓여 있는 북한 관련 문건 자료와 책들을 한군데 모았다. 한꺼번에 들고 나가 대형 폐기물 통에 버릴까? 불현듯 그런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관 신발장과 마주한 통거울에 붙여서 쌓아놓았다. 그 옆엔 슬리퍼, 운동화, 두어 켤레의 구두 등이 단정하지 않게 놓여 있었다. 슬리퍼 한 짝은 뒤집히고 운동화는 겹쳐 있었다. 그는 마치 그것들이 생물이기라도 한 듯 복잡하고 애매한 표정으로 잠깐 바라보고 서 있었다. 괜찮지? 혹은 이해하지? 어쩔 수 없다! 뭐 이런 말들을 하고 싶었을지 몰랐다.

아, 이제 북한하곤 끝이다, 그는 잠자리에 누워 이런 결심을 하는 자기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개운하고 후련하고 가뿐했다. 그런데 몇 초 지나지 않아 개운하고 후련하고 가뿐한 것 속에서 부유물 같은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기 같기도 하고 안개 같기도 하고 수증기 같기도 하고 거품 같기도 한 것들이었다. 먼지나 고물거리는 벌레나… 벌레에서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잠이 사라진 걸 알았다. 잠을 잘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낮보다 더 정신이 맑고, 심지어 마음이 들떠 오르는 게 감지되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불을 켰다. 어둠이 삽시간에 밀려났다. 그는 어둠이 생물 같다고 느꼈다. 그는 의자에 앉아서 허리를 굽혔다. 두 손은 맞잡혀 기도하는 사람처럼 무릎에 얹혀 있었다. 그의 사위엔 침묵이 가득했고 내면엔 비점(沸點)을 향해 솟구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처럼 느껴진 때였다.

어떻게 지내니?

그가 이렇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화를 하면 금방 알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랬다.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았다. 어제 같기도 했다. 그는 맞잡은 손가락 사이를 비틀어 통증이 올 때까지 힘을 주었다. 뼈의 통증이 느껴졌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4월 중순인데도 압록강 물은 뼈가 시리게 찼어요. 눈이 녹아 물살도 셌고요. 앞으로 헤엄치면 건너편 강둑까지 몇 분 안 걸릴 강폭을 물살에 밀려 자꾸만 헛걸음치듯 사선으로 쓸려 내려갔어요…. 불이 켜진 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고 살려달라고 했어요. 밥을 차려 왔어요. 그릇에 가득 하얀 이밥이 얹힌 둥근 알루미늄 상엔 반찬도 네 가지나 되었어요. 허둥지둥 먹었어요. 맛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너무 머리가 아파서 깼어요. 먹은 걸 다 토했어요. 그리고 또 잤어요….

성옥이가 미국 여성이라면, 불란서 여성이라면, 스페인 여성이라면, 하다못해 일본 여성이라면, 그는 상상했다. 감정이 단순했을 것 같았다. 외국 여성이라고. 그런데 성옥은 한민족이면서 외국 여성이고 외국 여성이며 민족이었다. 서로 주고받은 상처가 너무 참혹해서 차마 웃으며 만날 수 없는, 육친이 이랬을까.

침묵에 잠긴 그는 조형물 같았다. 그 조형물이 사람처럼 움직인 건 침묵이 더 오래 지속된 다음이었다. 그는 자포자기인 듯, 아니면 길을 알아낸 사람처럼, 혹은 비로소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맡에 전원이 꺼진 상태로 얹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켜고 초기화면이 떠오르는 것을 가만히 관찰하듯 보았다. 곧 숫자를 누르고 귀에 댔다. 그는 알지 못하는 컬러링이 들리는 동안, 그제야 몇 시지? 후다닥 생각했다.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요.”

전원을 끄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는 걸 깨닫는 찰나에 그의 내면에 괴어올랐던 무수한 부유물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래서 부유물이며 컬러링이며 귀에 익은 목소리 모두가 한낱 거짓 같았다. 거짓이란 느낌과 함께 밀려온 쾌청함은 어쩔 것인가. 그는 신비감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몇 신데?”

그의 목소리는 흡사 중환자 같았다. 저쪽에서 잠깐 의문을 느끼는 침묵이 밀려왔다.

“새벽 두 시가 넘었잖아요. 어디세요?”

성옥의 목소리엔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더운 울음기둥 하나가 솟구치려는 기미가 느껴져 부리나케 마른침을 삼켰다.

“성옥인 어디야?”

가라앉은 목소리는 여전했다.

“김밥집요. 내일이 휴일이라 주문이 밀려서 밤새도록 말아야 해요. 2천 줄이오.”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열심히 사는구나, 말해주고 싶은데 목이 자꾸만 아리고 뜨겁고 혀는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공부 많이 하셨어요?”

성옥이가 물었다.

“무슨 공부?”

“잊으셨어요?”

성옥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곧 밖으로 나왔다고, 눈치가 보이지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섯 명이 김밥을 만다고 했다. 성옥이가 다시 공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공부 하고 싶지 않아.”

그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언가 실망한 기미가 전해왔다.

“성옥이가 있는데 공부는 해서 뭘 해.”

그가 말했다. 말하고 나서 정말 후련하고도 미안했다. 성옥이는 침묵했다. 실망한 걸까?

“고단하겠다.”

그는 진심으로 말했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후회했다. 소용없는 말이라고 생각됐다.

“저를 알아봤자 뭐하시겠어요.”

성옥이가 풀 죽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많이 알아냈어.”

그가 말했다. 통화하니 좋다, 그는 정작 하고 싶은 이 말은 삼켰다. 성옥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랜만이지?”

그가 물었다.

“뭐 평생 연락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는 걸요.”

성옥이 툭 말했다. 순간 그의 마음에서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이 와글와글했다.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영양 보충하고 싶어요.”

“먹고 싶은 게 뭐야?”

“양 꼬치구이요!”

“양 꼬치구이?”

“가리봉동에도 있고 건대오거리에도 있고 잘하는 데 많아요. 조선족들 많은 덴 다 있어요.”

성옥은 사내아이처럼 웃었다. 그리고 들어가 보아야 한다, 눈치 보인다, 아마 아침 6시엔 끝이 날 거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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