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 악용… 박근혜 후보에게 부메랑 될 것

요즘 언론에선 강력한 대선주자 박근혜 의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여성 정치인이 있다.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다. ‘여성’ 의원으로선 극히 이례적으로 집중 주목을 받고 있는 그를 보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아주 당혹스럽고 괴로운 일이다. 공천 비리 혐의 당사자인 현 의원 때문에 향후 지방선거, 총선에 이르기까지 후보로 출마할 여성들이 “여성이기에 더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가장 매력적인 홍보 수단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증에 더해 ‘여성=청렴함’이란 공식 역시 허구라며 반발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 여성계의 정서는 좀 더 현실적이다. 상당한 부를 지닌 현 의원이 그동안 돈으로 정치를 해왔기에 “이미 예견된 사태”라는 것. “공천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앞 번호 공천을 위해 건넨 돈이 3억이라는데 ‘0’하나 뺀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현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시의원으로 입문해 계속 활동해온 지역구 동래구를 버리고 생뚱맞게 중·동구 공천을 신청, 함께 경쟁하던 여성 후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 후보가 현 의원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장문의 투서 형식으로 당에 제출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현 의원은 지역구 공천을 포기했다. 거슬러 올라가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선 현 임혜경 부산시 교육감과 겨루며 60억 이상을 썼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이에 대해 익명의 지역 여성 인사는 “이번 파문은 새누리당의 수치이자 부산 여성들의 수치”라고 한숨을 쉬었다.

당 지도부가 현 의원에 얽힌 떠들썩한 구설을 그토록 몰랐을 정도로 허술했나. 더 심각한 문제는 여성운동의 성과로 일궈낸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가 본래 취지와는 너무나 다르게 정당이 ‘간택’한 여성을 적당히 꽂아 넣는 효과적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수차례 여성계가 각 정당에 경고해온 문제다. 

16일 현재 당 최고위원 회의는 현 의원에게 제명 결정을 내렸고, 현 의원은 검찰에 재소환 된다. 조사를 통해 공천 비리 의혹이 사실로 판명 날 경우 대선 가도를 질주 중인 박근혜 의원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공천을 총괄했고, 이번 사건이 친박계와 관련이 깊다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상대 김문수 후보 측에선 현 의원이 서병수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박근혜 지지 모임 ‘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란 사실을 들어 서 사무총장과 연루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진출은 아직은 ‘개척기’인 데다가 ‘여성’이기에 남성의 몇 배에 해당하는 자기 관리와 철저함이 요구된다. 이것이 억울하다면, 남성 정치인을 따라 ‘명예 남성’이 되는 것이 정치적 경쟁력이라고 착각한다면 아예 정치 입문을 포기하라. 비리뿐만 아니라 열거하기도 옹색한 구설과 말실수, 소신 결여 등 여성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처신 자체가 여성정치세력화운동 20년 역사를 야금야금 좀먹어 들어가고 있다.

여성 정치인들은 부디 ‘여성’이란 특혜를 업고 있다는 책무를 절박하게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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