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는 스포츠 중에서도 남성 중심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2009년 여성 선수들이 참여하는 ‘란제리 풋볼 리그(LFL)’가 출범했지만 속옷을 입은 여성 선수들의 미식축구 경기는 “남성들의 눈요깃감일 뿐”이란 비판을 받았다. 남성 중심적인 경향은 심판의 경우도 마찬가지. 2009년 대학 미식축구 보울 게임에서 선심을 맡은 새라 토머스와 유나이티드풋볼리그(UFL)에서 수석 선심을 맡은 테리 발렌티아가 여성 심판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여성 심판의 NFL 진출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이스틴의 선심 기용은 NFL 조직위 측과 정규 심판들 간의 재계약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며 심판 기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력 대체 차원에서 이뤄졌다. 원래 규칙상으로는 NFL 심판위에 소속된 정규 심판만이 경기에 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NFL 최초 여성 심판의 탄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이 빛바랬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NFL 첫 여성 심판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새라 토머스를 제치고 1호 여성 심판이 된 그의 자질 논란도 이슈가 됐다.
전 NFL 심판위 부회장인 마이크 페리이라는 폭스스포츠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스틴이 NFL 경기의 첫 여성 심판으로 기록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내가 이스틴이라면 뒤로 물러서서 이 엄청난 순간을 진정 선구자의 자격이 있는 토머스에게 넘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후에서 미식축구 칼럼가로 활동하는 줄리 헤이즈는 “NFL 조직위가 이런 식으로 경기장에 내보낸 이스틴은 ‘모조품’이며 이스틴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면서 “이스틴은 하루 동안 경기장에 설 수는 있지만 현재 미식축구에서 최고의 여성 심판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섀넌 이스틴의 기용은 NFL이 대체 인력을 찾는 과정에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진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페미니스트 뉴스 블로그 ‘페미니스팅’은 “결국 남성의 전유물인 영역에 여성들을 배제하는 오랜 전통은 깨졌고 이스틴의 심판으로서의 경력은 다른 남성 대체 심판들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여성 심판들이 NFL의 정규 심판에 포함되는 날을 앞당기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